요즘 부쩍 학회 안내 문자와 카톡이 자주 온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 업무 때문에 등록해두었던 학회들의 행사 시즌이 돌아온 모양이다. 휴대폰 진동이 울릴 때마다 화면에는 학술대회 일정이나 등록 안내 같은 공지들이 가득 차오른다. 당시에는 그저 처리해야 할 업무 중 하나였고 귀찮은 스케줄이었을 뿐인데 지금은 이 연락들을 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참 복잡해진다.
이 메시지들은 내가 한때 조직의 일원으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나는 이미 퇴사를 했고 매일 아침 출근하던 일상도 내 이름 앞에 붙어 있던 직함도 이제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학회 데이터베이스 속에 저장된 내 정보는 여전히 과거의 시간에 멈춰 있다. 시스템은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기계적인 발송을 반복한다.
문자를 확인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건 이 연락들이 나의 현재가 아닌 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소속이 끊겨버린 지금의 나와 여전히 어딘가에 소속되어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메시지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텍스트들이 오히려 내 처지를 더 선명하게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수신 거부를 하거나 회원 탈퇴를 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이상하게 선뜻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이 기계적인 연락조차 끊어버리면 세상과 연결되어 있던 마지막 통로마저 완전히 잘려 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를 불러주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자동 발송된 문자일지라도 나를 여전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으로 대접해 주는 그 문장들이 잔상을 남긴다.
결국 오늘도 삭제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쌓여가는 공지들을 그냥 내버려 둔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광고성 연락이겠지만 직장인이었던 시절의 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이 짧은 글자들이 지금 나의 공백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 사회적 역할이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변함없이 날아오는 과거의 흔적들이 오늘따라 유독 차갑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