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

by 이효범

구녕 이효범


세종에서

복요리를 잘 하는 집을 알고 있다.

복 닮은 늙수그레한 주인 인사 받고

문 안에 들어서면

세계 4대 별미 그림이 걸려 있다.

믿거나 말거나

1은 철갑상어 알 캐비아.

2는 떡갈나무 숲 땅속에서 자라는 트러플 버섯.

3은 거위 간 요리.

4는 복어 요리.

복어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다.

자살에 쓰이는 청산가리보다 10배나 많은 독.

중독되면 30분 내에 입술이나 혀끝이 마비되고,

손끝이 저리고, 구토를 한 다음, 몸 전체가 경직된다.

의식은 살아 있으나,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어,

죽음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복을 먹는다.

장미처럼 운명적인 여인, 피할 수 없는 사랑.

독성이 강할수록 맛이 더 난다.

복어는 억울하다.

나는 단지 자그마한 물 돼지일 뿐,

지느러미가 빈약하여 빨리 도망치지 못하고,

몸을 크게 부풀려 위험신호 보냈는데도,

포식자가 인정사정없이 잡아먹을 때,

독은 마지막 방어수단이었다고,

그것도 내가 악의로 만든 것이 아니고,

내가 먹은 먹이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것이었다고.

먼 데서 친구가 찾아와 밤새도록 소주를 마시고

복어가 전복인지 전복이 복어인지 헷갈려 올 때

복 집이 아니고 복어 집에 간다.

폐 속까지 시원하다.

오늘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운수가 대통하겠다.





후기:

세상이 온 통 난리입니다. 집 밖이나 집안에서 숨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겠습니다. 괜히 머리가 아픈 것 같고 잔기침도 나는 것 같습니다.


일상이 그리워집니다. 사건이 없어 그냥 무료하게 지나갔던 날이 그토록 소중하고 기적적인 시간이었음을 이제 알겠습니다. 이런 때는 훌쩍 비행기를 타고 어디 청정 지역에라도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 비행기, 우리 국민을 입국시키지 않거나, 환자도 아닌데 잡아놓고 격리시키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배은망덕도 하지 중국은 코로나를 실컷 수출해 놓고 이제 와서 우리를 막고 있고, 또 코앞에 있는 언제나 못 믿을 일본은 자기 나라에 환자가 저렇게 지천으로 깔려 있는데도 무슨 음흉한 속셈이 있는지 우리를 아예 봉쇄하고 있습니다. 나라 앞뒤가 꽉 막히니 더욱 갑갑합니다.


전염병도 전염병이지만 경제도 엉망입니다. 동네 음식점에 가면 더욱 심각한 것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세종시는 상가가 넘치고 들어와 장사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또 처음에 멋모르고 들어와 문 열었다가 망해 나간 사람이 너무 많은데, 그나마 이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집까지 한숨 쉬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새로운 전쟁입니다. 세상 종말을 외치면서 선량하고 허약한 사람들 돈이나 뜯어내는 사이비 종교가 말하는 신과 약속한 섭리 역사의 끝이 아니라, 지구 환경의 커다란 변화, 문명의 거대한 전환, 인간 삶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의 붕괴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인류 역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접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음이 불안할수록 주변에서 기쁨을 주는 것을 찾게 됩니다. 그중에서 맛있게 먹는 것을 빠트릴 수는 없습니다. 나는 복어 요리를 좋아하고 가끔 먹습니다. 먹고 싶은 마음에 입맛을 다시면서 복어를 예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