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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 11

큰개불알풀꽃 혹은 봄까치꽃

by 이효범

큰개불알풀꽃 혹은 봄까치꽃


구녕 이효범


개불알,

개불알 하지 마라.

개불알들아.

이른 봄날,

우리 아가

불알 위에

찬란히 비추는 햇살.

개가 어떻다고

개불알이냐.

까치가 뭐가 이쁘다고

봄까치더냐.

우리 아가

여린 불알은 세상의 근원.

그래서 봄이 오고,

꽃이 핀다.

개불알들아.



댓글:

큰개불알풀꽃은 하늘색을 띄고 있는 봄꽃입니다. 봄에 우리 주변 습지에서 흔히 피어나는 조그만 들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이 꽃을 봄까치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큰개불알풀꽃’이라고 하지 않고 ‘봄까치꽃’이라고 한 시에서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큰개불알풀꽃은 그 모양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꽃이 지고 열매를 보면 희한하게도 심장 같기도 하고 불알 같기도 한 형태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그 별난 특징으로 옛사람들은 아주 재미있고 친근한 이름인 ‘개불알’을 붙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과 오랫동안 반려한 개를 비하하는 말에 자주 쓰고 있습니다. ‘개살구’, ‘개복숭아’라는 과일도 그렇지만 ‘개년’, ‘개지랄’ ‘개고생’ 같이 사람이나 행동을 낮잡아 이를 때도 다른 동물이 아닌 개를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개야말로 사람처럼 말은 못해도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어 사람 말을 다 알아 듣고, 또 어떤 때는 사람을 구하거나 맹인을 인도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개는 사람처럼 가식하거나 배반하지 않고 정직하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합니다. 그래서 철학자 시노페의 디오게네스(Diogenes)는 개를 찬양하고 개처럼 통속에서 살았습니다. 그가 알렉산더 대왕과 나눈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따질 것이 많지만 그 문제는 일단 접어둡시다. 그런데 개가 들어있는 이제 아주 친근해진 꽃 이름인 큰개불알풀꽃을 왜 볼품도 없고 근거도 없는 봄까치꽃으로 바꾼단 말입니까. 알고 보면 까치는 호박씨 까는 새입니다. 겉으로는 멋진 깃털을 달고 소식을 전하든 등 그럴 듯해도 사실 우리에게 해로우면 해로웠지 이익을 주는 새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까마귀가 겉이 새까맣고 소리가 징그러워서 그렇지 우리에게는 훨씬 이로운 새입니다.


어림도 없습니다. 큰개불알풀꽃을 봄까치꽃으로 바꾸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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