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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by Andy Liu

어릴적 부모님이 붙여준 내 별명은 좁쌀영감 (petty old man) 이었다.


크면서 성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원래 난 뭐든 지기싫어하고 꼼꼼해서 완벽을 추구하는, 그래서 뭐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을 달달 볶는 그런 성격이었다.


글자를 쓰면 꾸욱꾸욱 눌러서 또박또박 써야했고, 글씨가 삐뚤빼뚤하면 내용이 맞더라도 마음에 들때까지 몇 번이라도 지우고 다시 써야했다.


초등학교 때인가 한번은 선생님이 원고지 백 매 분량의 작문 숙제를 내주신 적이 있는데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원고지는 다 너덜너덜 해지고 숙제는 숙제대로 진행이 안되서 밤새 울며 꾸역꾸역 완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림에도 소질이 있는 편이었는데

명암을 넣기 시작하면 짙은 색 덧칠이 너무 심해져서 나중엔 나무가 까맣게 타 버리기 일수 였다.


이런 성격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였다. 처음 외국인 상사와 일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엔, 내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인해 업무에 착오가 생길까 하는 생각에 아무리 간단한 내용의 메일도 3번 이상 정독 후 회신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와이프는 당시 내가 업무에 임하는 자세를 보고 “아, 이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든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임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 었었다고 한다


어쨌든 어쩌면 강박의 가까운 완벽주의와 세심함을 가지고 있던 나는 자라면서 그런 성격 덕에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나름 좋은 성과를 얻기도 했었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땐, 스스로를 탓하며 큰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해외로 나아가 커리어를 쌓겠다고 결심한 배경엔 획일적 잣대로 비교되고 강요되던 당시 우리 사회 문화에 대한 염증도 컸지만, 이런 강박적 사고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고 싶은 열망도 있었다.


물론 그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24 년간 의 해외생활에서도 언어와 문화 장벽 뿐만 아니라, 많은 불필요한 편견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고충들이 있었지만 말이다.


얼마전 우연히 4,000억 규모의 기업을 이끄는 자수성가한 한 사업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회사를 경영해 오면서 어떤 단기적 목표도 정해본 적이 없어요. 사람은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금방 헤이해지고 또 자기만족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보면 그것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아무리 바라고 노력한다 한 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때가 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이 인생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잘 되기를 바란다. 젊어서 일수록 원대한 꿈과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우고 그 속에 자신을 몰아 넣곤 한다.


원대하고 장기적인 목표는 중요하다.

그것은 삶의 궁극적 목표와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단지 바라기만 할뿐, 자신은 언젠가 꼭 그렇게 될 것이라 말하면서도,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장기적이고 꾸준한 노력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영어권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평생 영어를 배워왔고, 주로 외국계 직장에서만 근무 해왔기 때문에 영어를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아직도 영어를 쓰는 회의에선 긴장된다. 중요한 회의일수록 더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다국어를 사용하는 나에게 언어에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평소에도 되도록이면 영어를 많이 들으려 노력하고,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되도록 많이 말하려 노력한다. 마음속으론 언젠간 더 편안해지고 더 나아질 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최근 돌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만의 숙원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마음의 고심이 컸다. 나의 고심만큼 가족들의 우려도 컸기에 항상 마음이 무겁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지 않는가? 그렇다고 항상 나쁜 쪽으로만 흘러가란 법도 없다. 고된 일이 있으면, 삶의 보람을 다시 떠올릴만 한 기분 좋은 일도 생기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우리의 인생살이에서 잠시 눈앞에 닥친 고뇌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그것을 참고 견딜 줄 알고, 또 즐길 줄도 알아야한다. 충분하고 진실된 과정이 없는 일시적 결과는 결과가 아니다. 그냥 잠시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근력 운동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단시간내에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억지로 몰아 붙이다보면 몸에 무리가 생길 뿐 아니라 부상도 당하기도 쉽다. 장시간 꾸준히 몸을 단련하고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충분한 휴식과 영양도 섭취할 줄 알아야 한다. 단기간 내에 무리한 식단을 병행하여 체지방을 줄인다해도, 그것은 무리하게 살을 빼서 원래있던 근육이 돋보이게 하는 것이지, 건강한 몸을 만들고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자신의 욕심에 대한 일시적인 자기만족일 뿐, 그 상태를 오래 지속하기도 힘들다.


몸이 그렇듯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되고 싶다고, 나 스스로가 나를 그렇게 부른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허황된 욕심, 허상을 쫓기 보단, 하루빨리 나의 현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정하고, 내가 되고 싶은 것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하루하루 그 과정을 즐기고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정을 즐기다 보면 보람도, 동기도 생기고 의욕도 솟는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되어 있다. 고로, 진정한 행복은 나의 꿈이 얼마나 웅장하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이제,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오늘의 과정을 충실히 즐길 줄 아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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