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덮는 세진

by lightjc

오늘은 가게를 열지도 않았다. 인태는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그러다 저녁 무렵, 전철에서 같은 칸에 타고 있는 세진을 발견한다. 어딜 다녀오는지 모르지만, 너무 반갑다. 벌써 며칠째 보지 못했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진아 소식만 문자로 주고받는다. 지금까지 수십만 번을 본 세진이지만, 이때만큼 반가운 적이 없었다. 인태는 세진에게 걸어가다……멈췄다.


며칠 전, 진아의 폐렴이 심장병으로 번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심장이식까지 생각할 시점이라고 한다. 그런 건 어디서 구하나. 입원이 얼마 안 남았다는데.


인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래 자기가 그렇게 이기적인 인간이었나. 어떻게 자식이 큰 병에 걸렸는데 남 탓을 할 수가 있을까. 본인은 심장이 튼튼한데, 어떻게 애 심장이 문제가 있을 수 있냐고, 너 때문이라고……그는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오랜만에 집에 가서는 소란만 키우고 나왔다. 그나마 일찍 나온 게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날, 조금이라도 빨리 사라져 주는 게, 그게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걸음을 멈춘 인태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세진에게 전화를 건다. 우선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 그럼 뭔가 방법이 생기겠지. 계속 송신음이 들리고, 세진이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낸다. 잠시 살펴보더니……전원버튼을 누르고, 가방 안에 넣는다. 인태가 다시 걸자, 이번에는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는다.


얼마 뒤, 세진이 다시 핸드폰을 꺼내든다. 천천히, 엄지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문지른다. 잠시 그렇게 쳐다보더니 가방 속에 밀어 넣는다. 가방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세진은 역에서 내렸다. 여기가 가게인데, 그리고 집인데, 여기서 내려야 집으로 갈 수 있는데, 세진이도 진아도 보고 싶은데 인태는 문이 닫힐 때까지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 * *


며칠 뒤, 인태는 가게에서 세진을 만났다. 그는 세진을 만난 이후 처음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얼마 전에 인태가 전해준 서류 하나를 다시 조용히 전해주고 일어나는 세진.


잠시 뒤 경매법정에 간 인태. 처음 가본 그곳에서 손에 무언가를 들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땀에 절은 그것을 들고일어나더니 얼마를 걸어 다른 건물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가 전해준, 그리고 그녀가 다시 전해준 이혼서류를 접수하고 법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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