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팅 완료

by lightjc

통 안에 널브러진 주양직이 보인다. 그 옆의 통들, 원숭이를 머금은 케이지, 넥타이를 물고 있는 두 명의 인간들이 유리벽에 얼굴을 대고 쓰러져 있다.


두발이 묶인 김세전. 사지가 마비된 듯 두 다리가 뻣뻣하다. 인태의 한쪽 팔에 목이 감겨 숨쉬기도 버겁다. 이마가 자석 근처의 쇳가루처럼 벽으로 빨려간다. 그는 이마에 10cm쯤 금이 갈 것을 각오했으나 갑자기 극을 바꾼 자석처럼 멈춰진다. 차갑다. 눈앞의 하얀 먼지 냄새가 달라붙는다. 사포로, 사포로, 바짝 눌러, 밀어대듯, 이마가 벽을 긁기 시작한다. 2m쯤 벽면이 하얘진다 세전의 이마에 붙은 하얀 먼지들이 점점이, 빨개진다


눈을 뜬다. 올려다본다. 다음 처벌을 기다리는가. 다음 죄수에게 넘어가길 바라는가.


간수가 뚜껑을 연다. 그는 앞의 죄수들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그들보다 더 빨리, 주저 없이, 통으로 들어간다. 문을 닫는다. 넓은 방보다 더 큰 숨을 쉴 수 있다. 곧 잠이 든다.


통 하나만 뚜껑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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