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오늘도 진형세는 공원 달리기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아니 어지간한 약속이 아니면 찾는 그 만의 장소, 그 만의 시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만의 루틴이다.
처음에 그는 웬 술 취한 사람이 시비 거는 것으로 생각했다. 헬스클럽과 등산을 즐기는 그는 완력으로는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다. 후드티 모자를 내린 사람이 성인태인 걸 알고도 놀라지 않았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듯 오히려 천천히 다가간다. 가까워질수록 탄탄한 고무 그림자에 얇은 수수깡에 겹쳐졌다. 멱살이든 어디든 붙잡고 깔고 앉으면 그만이다. 빨리 던져버리고 가서 양주나 한잔 해야겠다.
왼손으로 성인태의 오른 손목을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인태의 반대 손에 그의 오른쪽 턱이 돌아갔다. 무릎이 꺾이며 휘청거리는 사이 다시 한번 그의 왼쪽 이마가 흔들리면서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시야를 가린다. 동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1년 전 표창장 줄 때 강당에서 봤던 그 뉴스 동영상 속 청년의 얼굴. 그는 고개를 숙이고 달려가 인태의 허리를 잡고 밀어붙인다. 너는 끝났다. 너는 끝났다. 지릿. 왼쪽 귀가 뜨겁게 울렸는데, 곧 딱딱한 무게감이 전해진다. 인태는 전기충격기를 다시 한번 그의 몸에 대어 본다. 지릿, 지릿 소리만 날 뿐 움직임이 없는 통나무. 탄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