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크레파스만 칠해진 하늘, 묵직한 그림자 하나가 건물 유리를 먹어간다. 전집 문 앞에 선다. 부우욱. 뭔가를 찢어 들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텅!
문을 닫자 사방의 빛들이 빨려 나간다.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서 앞을 비추자, 땀에 섞인 알코올 냄새가 확 퍼진다. 술통 여기저기, 흐르다 굳은 허옇고 빨간 자국들.
인태는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려놓고 앉는다. 천정에서 반사된 빛이 술통을 비춘다. 스마트폰을 좌우로 이동시키자, 밝아지는 술통이 차례로 바뀐다.
문제가 생겼으면 책임을 져야지. 다 같이, 공평하게.
좌에서 우로, 차례차례 밝았다 흐려지는 술통들.
전화가 온다. 민정희. 스마트폰에 손을 뻗다가 그대로 둔다.
‘나중에 이걸 다 어떻게 치우지?’
불빛은 제일 끝에 있는 진형세의 술통을 비추고 있다. 성인태는 문 앞에서 가져온 종이를 쳐다본다.
“본 건물은 2023년 O월 O일 법원 경매를 통해 진명석이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하였습니다.
현재 점유관계 정리를 위해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관계인 외 출입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내 문제가 아니잖아?’
일어나 바지를 턴다.
‘위이잉’ 이번에는 메시지다.
계단을 오르던 그는 멈춰 섰다. 뒤돌아서, 답장을 보내고는 내려온다.
그는 창고에 있던 깨끗한 와인 통 하나를 꺼내 온 다음 얇은 관을 막걸리통에 연결한다. 유리에 얼굴을 비춰본 뒤, 손 안의 자물쇠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다. 추가하라면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