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악악악!!”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소리 지르는 민정희. 다시 자물쇠를 만져본다.
.
……
1,1,0,2……
1,1,0,2…
1,1,0,2
1102, 1102, 1102,
110211021102110211021102………………..
ㅎ
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악!!!!!
자물쇠를 미친 듯이 흔들어대는 민정희.
열쇠 같은 건 없어, 자물쇠 그런 건 없어!
나도 막걸리나 퍼 마시라는 거야? 그러다 죽으라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깨버리겠다는 듯 머리로 자물쇠를 들이받고, 손톱으로 긁어대다 팔로 다리로 몸통으로 사방을 차고 밀어 본다. 술통이 잠깐 흔들거렸을 뿐.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다.
일분, 이분, 삼사오육칠팔구.....
얼마나 남았을까,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1,000초, 999초, 998초...
시간에 비례해서 숨이 가빠 오는 것 같다.
4자리 숫자 10,000번을 눌러야 한다. 1초에 하나씩 눌러도 40,000초.
667분, 11시간 이상 걸린다. 쓸데없는 계산력. 죽고 사는 마당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회계사 자격증. 그 사이에 저 사람들도 나도 결국엔 게거품을 물겠지. 아니, 몇 번 눌러서 실패했으니, 어느새 다시 초기화 되었겠지. 그럴 거야. 11시간이 아니야. 무한 반복되는 40,000초. 나에게는 없는 시간.
통 안에서 혼자 막걸리 마시다 죽으면 어떤 기분일까. 죽기 직전에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로 맴돌다가 갑자기 스위치가 꺼지는 건가.
틈새로 보이는 통들을 바라본다. 바깥쪽 5개의 통에는 요란한 기계음과 펌프질 소리가 가득한데, 민정희는 관심 없다는 듯 여전히 돌아 앉아서 자물쇠만 쳐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