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교훈 - 밀알!

by lightjc

잠시 졸도한 듯 고개가 수그러지던 민정희는 쿵! 소리에 정신을 차려 본다. 이마가 통 앞쪽에 부딪히면서 상당히 큰 소리가 났었던 것 같은데 아무런 통증이 없다. 뭘 하는지 바깥의 통들에서는 일제히 불빛이 켜지고 시끄럽다. 하악하악, 숨을 크게 들이쉬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저 끝의 부장 김세전과 사장 진형세. 어떻게든, 뭘 하든, 나오려고 발버둥 치겠지.


너는 뭐 하냐.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냐. 아니지, 내가 기절해 가는 건가. 급히 심호흡을 하려다 갑자기 진공상태가 되는 느낌에 귀중한 산소를 한 방울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듯이 숨을 멈춘다. 공기가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도 모르겠다. 몇 분이 지났지? 얼마나 살 수 있지? 저 앞에 통은 몇 개였지? 이제는 아무런 계산도 되지 않는다. 숫자도 세어지지 않는다. 막걸리들을 빨아본다. 갈증은 사라지는데, 발효균들이 뇌부터 갉아먹기 시작하는 것 같다.


멍하니 앞에 있는 통들을 응시하는데, 가만히 보니 제일 끝에 사장이 보인다. 뭐 때문에 여기에서 저러고 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사장도 여기선 아무 쓸모가 없다. 오히려 제일 끝에 있네. 숨은 쉴 만했나. 저 통들에 남아있을 공기가 부럽다. 저 인간이 공기든 뭐든 양보할 리 없지.


사장도 죽어가는 걸까. 사장은 나한테 무얼 남기고 죽어 가는 걸까.


성 과장님은 왜 나에게 사장을 보여주었을까. 사장이 남긴 건 무엇일까.


남긴다.

남겨?

죽으면서 남겨?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을지 모르겠다.

교회를 다시 다닐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교회를 다녔었다는 사실이다.


성경도 열심히 읽었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을 것이다. 나의 신도 생활은 앞으로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죽을 때까지 쭈욱!.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이………씨발.


남자새끼들이 왜 “씨발”이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아. 미친년들이 왜 “씨발씨발” 거리는지 이해된다고. 씨발 다음에 개썅은 어떠냐. 미친년? 그래 이 미친 새끼들아. 미췬년들아! 니들이면 어떨 거 같아. 이산화탄소 냄새 맡아봤어? 코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는 기분 알아? 뇌가 말라가는 느낌 알아? 폐가 조금씩 찢어지는 것 같은데 어쩔 거냐고!!. 왜 생각이 나오다 브레이크 걸리는 거냐고! 썩은 밀알이 성경 어디에 있었는지 그게 왜 생각이 나다가 마냐고, 왜! 왜! 왜!!!



아니야.


나는 그런 사람 아니야.

차분해져야지.


살면서 욕 같은 거 입 밖으로 내보낸 적 한 번도 없잖아. 그런 생각, 해본 적도 없잖아. 나 자신으로 돌아오면 되는 거야. 침착하자.


밀알, 밀알……요한복음…… 12장이야. 그러니까 앞 두 개는 1 하고 2가 분명해. 4자리 숫자니까, 숫자 2개만 더 알아내면 되는 거야.


그래, 요한복음 12장이 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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