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디에 있든

by lightjc

“집행관, 언제 오는데?”

“언제 오냐고?”

“……”

모두들 일제히 물어보는데 최상견은 말이 없다.

“오늘? 내일? 이번 주 안에는 오냐?”

“기다려 봐 꼭 올 거야, 오게 되어 있어”

“우리 죽은 다음에, 시체 치우러 오냐?”

김세전이 묻지만, 말이 없는 최상견. 주저앉아 눈을 감는다. ‘집행관, 집행관’ 하고 중얼거리기만 한다.


갑자기 주양직이 소리친다.

“저기, 와인통 옆 스마트폰에 전화 온다. 누구 거지?”

“김성막이 누구야, 아는 사람!”


김세전이 소리친다.

“아들, 우리 아들이야, 아들이 전화해 줬어!”

“나가서 받아봐라, 이 똥파리만도 못한 놈아”

최상견이 소리친다. 손바닥으로 유리벽을 치는 김세전은 울기 직전이다.



* * *



[같은 시각, 김세전 전처의 집]


김세전과 이혼한 부인, 그의 딸과 아들이 집에서 대화중이다.


김세전의 부인이 딸에게 소리친다.

“넌 왜 맨날 집에만 있냐. 남자친구도 없어!”

“엄마는 왜 맨날 집에만 있냐. 남자친구 없어? 아빠는 여자친구 많던데”

“이게……”


부인은 한동안 딸을 노려보더니 등산모임 카카오톡을 연다. 곧이어 누군가와 통화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아들이 아빠에게 카톡을 보낸다.

‘아빠, 내일은 어디서 봬요?’

수신확인이 되지 않자, 전화해 보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전화 안 받아”


밖에 나가던 엄마가 말한다.

“신경 끄자, 알아서 잘 살 거야”

아들이 딸을 계속 쳐다보자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던 딸이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애냐? 그만 징징대고 공부나 하던가”


아들은 다시 스마트폰을 연다. 통화버튼 대신, 게임 앱에 파묻힌다.


* * *


한동안 반짝거리던 스마트폰이 꺼진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다시 밝아지지 않는다.

“뭐야, 전화 한 번으로 끝이야? 그러고 보니 난 당신이 식구들하고 통화하는 걸 못 봤어”

최상견이 말한다.

“다른 데서는 전화 와요?” 차영치가 묻는다.

“오긴 오는 거 같더라. 여자 같은데, 이름이 전부 베리, 미미, 안나 뭐 이래……”

김세전이 유리벽을 응시하며 말한다.

“니들은 집이고, 회사고 전화 오는 데가 있기는 하냐… 금요일 저녁인데……”



* * *



[같은 시각, 마운트캐피털 – 최상견, 차영치의 회사]


차영치의 회사. 직원들이 차영치의 자리를 보고 이야기한다.


“이번 주는 도통 안 보이네”

“금요일에 나와서 정리하겠지”

“오늘이 금요일인데”

“휴가 냈겠지 뭐.”

“최상견 팀장도 안 보이는데, 어디 데리고 갔나”

“그럴 수 있어”

“그냥 둘 다 계속 안 나왔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직원 서너 명이 이야기하다 나간다. 차영치의 책상 밑에 슬리퍼 한 짝이 뒤집혀 있다. 다른 하나는 보이지도 않는다.


* * *


최상견과 차영치도 유리벽만 응시하고 있다. 한동안 통 5개 중 중앙에 있는 세 개가 먹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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