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세가 다시 펌프질을 하며 말한다.
“니들 전부 나 때문에 사는 거야. 밖에 있을 때는 내가 월급 줬고, 여기서는 내가 막걸리 먹이고. 나는 말단이어도 리더야 리더. 언제나 남들 먹여 살리는 리더라구”
“그래, 니 덕에 편하게 좀 지내보자. 눌러라, 말단 사장 새끼야”
주양직이 소리치자 차영치가 ‘말단사장 새끼야’라고 따라 한다.
진형세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펌프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히히, 이거 새로운 헬스기구 같다. 재미있네”
“돌았구나. 죽을 날 다가오니 돌았어, 완전히 돌았어”
풀이 죽은 김세전도 앉아버린다. 1번과 2번의 주양직과 차영치만 가끔 펌프를 누를 뿐 3번과 4번에 있는 김세전은 주저앉아 고개만 숙이고 있다. 최상견은 아직도 ‘집행관’을 중얼거린다.
진형세가 더 열심히 펌프질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위이잉’ 새로운 기계 소리가 들리더니 진형세의 통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점점 왼쪽으로 이동한다. 김세전의 통이 백색에서 회색으로 바뀌는데, 진형세의 통은 회색에서 백색으로 변한다.
“야, 이거 정말 웃긴다. 김 부장 가만히 있는 동안 계속 눌러댔더니 내가 4위로 올라갔어. 통 색깔도 하얗게 밝아졌고 막걸리도 더 잘 나오는 거 같아. 숨쉬기도 편해졌어. 나, 승진한 거야?”
신이 난 진형세가 더 열심히 누른다. 5번으로 떨어진 김세전처럼 3번 최상견도 계속 멍하니 있는데, 이번에는 진형세의 통 색깔이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정상이 멀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간다, 앞으로!”
5위로 떨어진 김세전이 펌프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주저앉아서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기만 하던 최상견은 5위로 떨어지고 김세전이 4위로 올라섰다.
“일만 하는 니들 하고는 달라, 난 운동으로 단련되었거든. 기다려라 차영치 이 대리놈아”
주양직과 차영치도 급하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한다. 5번 회색을 제외하고 금색, 보라색, 파란색, 백색이 다시 반짝거린다. 처음보다 기계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면서 진형세의 통이 앞으로, 앞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