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은 넘은 것 같고 일주일은 안된 것 같다. 이렇게 살아있는 게 신기하다. 막걸리는 얼마나 남았을까. 집행관이 오기는 오는 걸까. 누가 와주기는 할까. 사람이 죽어가는데, 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지? 민정희는 골똘히 생각하는 와중에도 관에 입을 대며 막걸리를 받아 마시는 자신이 우스웠다. 그래도 살고 싶나 보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끝까지 살아남고 싶은가 보다. 자기 입술이 역겹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저들도 아직까지는 살아있는 것 같다.
* * *
진형세는 완전히 풀이 죽었는지 거의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요란했던 다른 통들도 하루 정도 잠잠했는데, 갑자기 주양직이 소리친다.
“어이, 직원들. 이 통들 다 양보할 테니까, 누가 펌프질 좀 해라. 목마른데, 귀찮다.”
“그래? 내가 하지”
김세전이 혼자 열심히 움직인다. 차영치가 말한다.
“근데 저 양반은 왜 이 통에 집착하지? 왜 계속 10억, 10억 노래 부르지?”
김세전이 말한다.
“우리 노인네 매일 드시던 약 중에 한 달에 4만 원짜리가 있었거든. 그게 원래 21만 원인데 건강보험 덕에 4만 원이야. 의사 말이, 보험 적용되기 전에는 그거 못 먹고 죽은 인간들이 태반이래. 나라가 돈이 있으니까 해 주는 거야. 개인도 돈이 있어야 돼. 돈이 있어야 싸우질 않아. 좋은 건 몰라도 괴로운 걸 덜어주는 게 돈이야, 이 어린놈아”
최상견이 목이 마른 듯 펌프질 하며 묻는다.
“알겠는데, 왜 10억이냐고. 그리고 주양직이 양보하면 이 통이 당신 거 되는 거야?”
“넌, 똥파리가 아니라 똥파리 구더기 새끼야. 지금 내 눈에 10억이 보이니까 그거부터 채워야지, 멀리 보겠냐. 그리고, 뭐든 경쟁자 하나라도 제쳐야 내게 되는 거야, 알겠냐”
주양직과 차영치는 한 손으로 천천히 펌프질 하며 음미하듯 막걸리를 마신다. 일부는 그냥 흘러내린다. 모두들 이제 숙달이 된 듯, 적당히 펌프질 하며 막걸리 먹고 조금 쉬다 다시 일한다. 자리이동 같은 건 없다. 불쑥불쑥 내려오던 교반기도 사라져서 이제는 모두들 잊은 것 같다. 주양직은 여유롭게, 차영치는 조금 덜 여유롭게, 최상견은 힘들지만 꾸준히, 김세전은 조금 더 힘들지만 진형세를 바라보며……
“아!~~~”
최상견과 김세전이 동시에 펌프를 누르는데 주양직이 기지개를 켜자 막걸리 줄기가 솟구치는 게 보인다. 김세전은 아까부터 막걸리관에 입을 틀어박고 오물거린다. 입 주변이 허옇게 말라 있다. 진형세와 눈이 마주치자 입을 떼고는 혀를 내밀며 ‘메롱’이라고 놀리더니, 다시 열심히 펌프질 한다. 관을 물고 오물거리는 입술은 계속 빨라지지만 입 주변은 갈수록 하얗게 말라간다.
갑자기 일어난 진형세가 소리친다.
“동작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