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듭
오후 1시.
땅바닥에 떨어진 찰흙은 그대로 바닥에 붙겠지만 나의 몸뚱이는 그렇지 않았다. 붉은 액체들을 떨구어 냈고 그보다 더 큰 파열음을 발산했다. 사람들의 짓이겨진 메아리들. 나의 귀는 먹먹한 이명만을 흘려두었고 지금은 다른 내가 듣고 있다. 시끄러운 음악 가득한 카페의 플로어에 있다가 방에 들어온 느낌이다. 적막하다. 사람들은 소리 질러 대지만 나에겐 옹알거리는 아기고양이들 같다.
불과 삼십여분 전인 것 같다. 이리저리 망설이다 마음을 다잡고 병원 건물 옥상 위로 올라갔다. 줄담배를 피우고 얼마를 망설이다 난간에 섰다. 미끄러지거나 바람에 흔들리다 떨어지는 것은 너무 이상하다. 난 아무 말하지 않고 마지막 도약을 했다. 안전벨트만 없을 뿐 놀이공원 바이킹 타는 것과 비슷하다. 사형당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나를 사형시키는 것이니까.
한 달 전인 것 같다. 이혼을 했다. 적어도 반년 전까지, 내가 특별히 잘못한 건 없었던 것 같다. 아내가 잘못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서로 이혼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원했고, 와이프는 원했지만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상황이 그랬다. 난 살충제들을 충분히 장만해 놓지 못했다. 그것이 나의 잘못이고 죄이다. 벌레들은 충분히 나를 갉아먹었고 가족들까지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혼이란 것을 했다. 내 인생에서 정말 잘한 일 중의 하나다. 아니, 최고의 선택이다.
1년 조금 더 된 것 같다. 회사에서 퇴직했다. 의원면직.
이래저래 시도해 본 일, 다시 만난 그런 저런 인간들, 별 느낌 없이 굴러가는 마네킹 덩어리들.
그 무렵이었다. 가끔 창 밖을 내다본 건. 처음엔 답답한 마음에 그랬다. 뛰어내린다는 건 언제나 두터운 문턱에 걸려서 튕겨 나왔다. 그런데, 그런데, 점점 고개가 숙여지고 바닥이 가까워진다. 뭔가에 집중하다 보면 증발되었지만, 한 번에 씻기지 않는 물곰팡이 같은 녀석들은 조금씩 발을 꺼내더니 어느새 성충이 되어 머릿속을 갉아먹고 있었다. 포르말린 냄새나는 액체들을 흡수했더니 무럭무럭, 더 빨리 자라났던 모양이다.
원인... 그런 건 없다. 구더기 하나가 파리가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데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런 것이다.
어느 순간 매듭지어져 버린 인생
그 매듭은 풀 수가 없다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다
하나라도 할 수 있는 일, 내가 내 의지로 해낼 수 있는 일, 내 가슴이 해줄 수 있는 일, 그거 하나라도 하고 싶었다......
"일어나요, 일어나! 왜 이래, 여기서 이러면 안 되지!!"
누구인가, 마누라인가 민정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