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 대신 편의점에 들러 캔 하나와 담배 그리고 라이터를 샀다. 1,000원짜리 캔은 없었지만 캔이면 된다. 학교 다닐 때 잠깐 배웠던 담배. 5, 6년 지났나? 그게 무슨 상관이냐! 50년을, 60년을 아니 몇십 년을 벌었는데.
깊숙이 니코틴을 빨아들인다. 멀리, 더 멀리 뱉어 낸다. 말없이 담배연기만 뿜어대던 민정희는 목을 뒤로 젖히고 음료수를 한 번에 들이켠다. 캔 바닥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낸 뒤, 사자인형 자물쇠를 꺼내 캔 입구에 들이민다. 삐그덕거리며 입구에서 막히자, 땅에 내려놓고 손바닥으로 자물쇠를 내리친다. 캔 입구가 뭉그러졌고 이빨을 드러낸 캔이 손바닥 살점들을 뚫어내기 시작했지만, 민정희는 기어코 자물쇠를 캔 안으로 떨구어냈다. 바닥까지.
"어머, 저 여자 왜 저래"
사람들이 웅성인다. 딸그닥거리는 소리가 재미있다는 듯 민정희는 계속 자물쇠 담긴 캔을 흔들어대며 걸어간다. 쓰레기통 앞에서 멈췄지만 손바닥의 피는 멈출 줄 모르고 캔은 계속 시끄러운 방울소리를 낸다.
"언니, 이거..."
지나가던 여고생이 휴지 몇 개를 건넨다.
아는 사이인 것처럼, 소녀에게 친근한 미소를 보낸 민정희는 쓰레기통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사자인형 자물쇠가 담긴 음료수 캔이 조용히 바닥에 내려진다. 아주 천천히,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휴지는 받지도 않은 민정희는 소녀에게 나지막이 한마디 건넨다.
“고마웠어. 안녕.”
또각.
또각.
또각……
쓰레기통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일정한 박자로 울려 퍼지는 구두소리, 귀에 감기는 그 소리가 즐거운 민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