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신들에게도 아이가 있을까. 오늘은 그 아이에게 흰색 풍선을 만들어 주시나 보다. 하늘 여기저기에 에어펌프를 뿜어내는 듯 몽실몽실 이쁜 구름인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서성이던 세진은 구름 하나를 바라본다. 진아가 좋아하는, 사자인형 구름이 올라오는 저 병원 꼭대기. 그 아래로 걸어간다.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며, 산책하듯 여유롭다.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는, 다가갈수록 뚜렷해지는 점. 작은 연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확대되는 점.
상하로 움직이는 선분. 모서리 위로 두툼해지는 윤곽, 그 위에서 솟아오르는 요철, 금방 튀어 오를 것 같은 익숙한 입체. 그 따뜻하고 포근한 빵 같은 것이 바늘에 찔려 푹 꺼져버릴 것 같다. 세진의 걸음이 빨라진다.
확인해야 된다. 내가 아는 그 사람 맞나. 정말 그 사람인가.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인가. 세진은 빠르게 걸어간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둔탁한 진동. 48년의 인생을 한 번에 빨아들이는 파열음 하나. 주변의 메아리들을 쳐버리고 계속 울려대는 징소리. 점점 작아지며 끊임없이 자신을 부르는 파동.
숨도 쉬지 않고 달려가 바닥에 붙은 몸체를 돌려보는 세진. 한 손으로 그의 이마를 매만지자 울먹이는 듯 웃는 듯 반쯤 감기다 다시 올라가는 인태의 눈. 세진은 천천히 인태의 가슴을 쓰다듬는다. 반쯤 찌그러진 타이어에서 나오는 듯한 가느다란 숨줄기들이 손목에 와닿는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낮은 고동, 귓가에 다시 울리는 징소리. 그녀가 그토록 원했지만 원하지 않았던 그 소리. 정말, 정말 그 매듭이 이렇게 풀려버리는 것일까.
세진이 달려와 인태의 손을 잡는다.
그의 손에 엉그러쥔 하트문양의 초록색 자물쇠.
"......미안해."
“……”
"아직 안 돼, 진아가 기다리고 있어."
세진이 그의 손을 더 세게 잡는다.
인태의 손가락이 펴지다, 흔들린다.
멀리서 사이렌소리
포개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