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로부터
가끔은 멋들어진 말보다 엉거주춤한 자세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두서없는 말을 내뱉는 이에게 더 마음이 동할 때가 있다.
바람에 살짝 씩 들리는 앞머리. 깔끔하게 다려 입은 와이셔츠. 여유가 묻어나는 말투와 웃음. 누가 들어도 설렐 법한 간질거리는 대화. 그런 상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나.
각 잡혀 입은 롱코트. 윤기 나는 머리카락. 속은 요란스러울지라도 내 패를 절대 보여주지 않으리라는 여유로운 말투. 서운함도 곧잘 털어놓으며 서로 배려하는 우리. 그리고 날 바라보며 웃는 너.
너무나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리라.
예전에는 이러한 것들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이제 와 돌이키면 결국 그 장면은 힘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진심을 꺼내 보일 때, 얼마만큼의 여유를 유지할 수 있을까.
단정한 그 모습에서 어느 정도의 진심을 읽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의 거리는 얼마나 좁혀졌을까.
때로는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해 두서없이 속상함을 내비치는 네가 사랑스럽다.
피곤함에 푸석한 얼굴을 하고도 나를 힘껏 안아주는 네가 사랑스럽다.
얼굴 붉히며 싸우다가도 아프다는 소식에 엉망인 머리를 하고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네가 사랑스럽다.
서운함을 내비치면 어쩔 줄 몰라하며 들이미는 서툰 손 편지가 그렇게나 사랑스럽더라.
우리들의 진심은 깔끔하고 단정치 못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랑은 항상 특별했다.
아름다운 모습만이 전부인 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고마운 사랑이었다.
멋들어진 장면은 단편에 불과하고, 그보다 긴 서툰 나날이 우리 사랑의 중심이었다.
그렇게 서툰 나를 안아준 서툰 너를 사랑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