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내미 이 복 희
Mar 12. 2024
갈대밭에서 귀를 세우다
이복희
나를 떠난 귀 어디로 갔나 했는데
순천만 갈대밭에 있었다
자신의 울음을 내 귀에 달아주려고
쓰러질 듯 무너질 듯
바람을 붙들고 버티는 사랑의 노래
내 귀로 파고든 온갖 소리는 사랑의 엇박자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 겨울 들판에서
나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라디오 볼륨을 높이듯
작은 귀를 넓혀 속울음을 듣는다
갈대는
흔들릴 만큼 흔들리고서야
슬픈 노래를 하늘로 풀어 날린다
사랑놀이에 급급했던 내 귀는
휘어진 달팽이관에서 무릎을 꺾는다
벌레의 날갯짓 소리 자욱하다
바람은
바람이 내어준 길 거둬가고
나는 뒤늦게 흔들리는 팔다리를 가까스로 부여잡는다
_2024년 봄호, 계간 시전문지 《사이펀》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