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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제약회사 신입 영업사원 열네 번째

왜 계속 챌린지 하세요?

by 러블리 이지


이건 내가 홀로 일하는 소위 individual contributor에서 팀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생겼던 일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겪게 되는 부분일 것이다.


이제까지 일 잘해가며 열심히 한다는 피드백을 들으며 평가도 잘 받아왔다. 그 덕에 이제야 사람들을 밑에 두고 일하는 매니저가 되었다. 그런데 과거와는 다르게 자주 챌린지를 받게 된다.

난 똑같이 열심히 일해왔고 목표 달성도 해왔다. 그리고 승진을 했음에도 난 그대로 나였다.

그런데 슬슬 윗분들이 챌린지를 시작한다.


즉, 똑같은 일을 하는데 기존에는 잘한다고 칭찬을 받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부족하다는 얘길 듣게 된다.

내가 변했다기보다는 나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의 포지션 변화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조직이나 외부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이유일 수도 있다.


난 후배들에게 항상 얘기하길 “우리는 강물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과 같은 존재야. 하던 대로 하면 겨우 그 자리를 유지하거나 조금씩 뒤로 밀려가게 되고, 뭔가 새롭고 더 열심히 해야만 겨우 앞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지.”이라고 말한다.

느낌이 오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직원들에게 챌린지를 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본인들은 과거처럼 지금도 똑같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챌린지 하느냐이다.

그러나 챌린지의 이유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과거와 똑같은 행동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요구로 되는 역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마치 내가 만능이길 바라듯이.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고 나의 희생을 요구로 한다.

여기서부터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경력이 어떻게 될지가 결정되기 시작한다.


수위말하는 메타인지를 바탕으로 나의 부족한 점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스스로를 채찍질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든 최대한 가늘고 길게 버틸 것인지 말이다. 그런데 버티기도 이제 과거 얘기이긴 하다. 최근 제약회사들의 구조조정 소식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과거에는 승진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오래 다닐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적응하지 못하면 바로 탈락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면서, 요구하는 건 참 더럽게 많은 게 지금의 회사들이고 치사해도 꾹 참고 다녀야 하는 게 우리네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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