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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제약회사 신입 영업사원 열다섯 번째

Chance to Change, 기회인가 위기인가?

by 러블리 이지


예전에도 회사는 변화가 많았고, 지금도 변화가 많다.

그런데 그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따라 나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


예전에 영업부에서 오죽하면 Change to Chance라는 말을 외쳤겠는가?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당시도 역시나 영업예산은 줄이고, 사람도 줄이는데 타깃은 올라가는 상황에서 그럴싸한 얘기로 어려운 상황을 살짝(?) 덮고, 정신력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 같다.


영업부에서의 변화라 함은 주로 나의 지역구를 변화시키거나, 혹은 클리닉(우리 주위에서 보는 내과, 가정의학과 등의 의원들)을 담당하다가 종합병원을 가거나, 다른 제품으로 옮겨가는 정도의 변화였다.


나도 클리닉에서 종합병원으로 처음 가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가기가 싫었다. 이런 나를 윗분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하셨었다. 클리닉 -> 종합병원 -> 서울의 큰 종합병원 -> 매니저가 되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track이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당시에는 기껏 일궈놓은 고객들을 다 버리고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싫었고, 종합병원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에 싫었으며, 내 전임자였던 분이 너무나 과도하게 잘 (?) 해 놓으셨기 때문에 그 뒤에 들어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마지막으로는 이미 마음이 공사, 마케팅 등 다른 곳에 가있었기 때문에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싫었다. 십수 년 전에 난 이미 조용한 퇴사의 선두 주자로 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가져가지 않으면 거의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는 무개념 한 직원 취급을 받을 상황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갈 수밖에 없었다. 회사 높은 분들의 말을 거스르고 회사를 다니는 건 쉽지 않았고, 난 계속 월급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클리닉보다는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좀 더 적성에 맞았다. 정확히 말하면 저질체력인 나에게 여기저기 넓게 분포되어 있는 클리닉들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병원 한 곳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편했고, 굉장히 금전적으로 예민한(?) 클리닉 (여기도 결국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손익에 예민하다) 보다는 그래도 월급쟁이들인 대학병원 고객들을 만나는 것이 조금은 더 쉬웠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가기 싫었지만 막상 가보니 또 적성에 의외로 맞았다. 결국 해보지 않으면 그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나쁜 결과를 가져올지 확실하지 않지만, 변화의 물결 속에서 그대로 있는다면 서서히 도태되어 가는 건 자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운 게 없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지방간이 생겼고, 비만지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했기에 좋은 실적을 추후에 만들어서 마케팅으로 갈 수 있었고, 그때의 기회가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으리라.


다른 회사 마케팅으로 이직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있던 곳에 그냥 있었으면 거의 십 년간 하던 익숙한 제품을 그대로 담당하고 있었고, 십여 년간 알고 지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고 (물론 연봉이나 타이틀 같은 것들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직이 실패하긴 했지만 그 상황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약 그때 옮기지 않았으면, 결국 나중에 회사가 특허 끝난 약물과 아닌 약물들이 분리되어 회사를 쪼갰을 때 결국 특허 끝난 약물들과 함께 떨어져 나가 제네릭 전문 회사로 소속되었으리라.


나중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로 옮겨온 후에도 여러 번의 변화의 기회가 있었다. 어떨 때는 나의 경력 개발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기도 했고, 어떨 때는 회사의 변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변화에는 몸을 던져보는 것이 자리를 지키고 그대로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마케팅에서 더 이상 승진할 자리가 존재하지 않아 이직을 알아볼지 아니면 내부에서 영업과 마케팅의 하이브리드 역할을 하는 신생 자리로 갈 것인지 고민할 때에도 일단은 지원했으며, 새로 생겼지만 누가 봐도 가면 고생을 할 상황이 명백한 부서의 부서장 자리에 지원했을 때도 말이다.


물론 정말 죽도록 고생은 했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그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그건 결국 나의 지식과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일단 새로운 게 있으면, 너무 재지 말고 일단 몸을 던져보자는 게 나의 지론이다. 사실 나이를 자꾸 먹어가니 나도 도전에 대해 이리저리 핑계가 자꾸 늘어난다. 거기 가면 뭐가 안 좋고 지금 조직이 뭐가 좋고 하면서 단서를 자꾸 달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면서 반성의 기회로 삼고 나도 다음 변화에는 몸을 또 던져봐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활패턴 하나 변화시키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 인간이다. 휴.. 살기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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