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좌충우돌 제약회사 신입 영업사원 여섯 번째

취업 성공! 그런데 퇴직 준비는 언제 시작해야 할까?

by 러블리 이지

오늘은 직장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돈'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깟 신입사원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주식이니 투자니 하는 얘기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업체를 열고 IPO를 성공해서 왕창 버는 것이 아니라면, 직장인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굉장히 심플하다. '자본금 x 수익 x 기간' 이게 전부이다.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들이라고 보면 되고, 기간에 대한 중요성 (복리와 함께)은 우리 워런버핏 할아버지가 잘 보여주셨다. 현재 갖고 있는 재산의 99% 가 50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장기간의 투자와 복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난 기본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20대 중반 나이에 취업을 하자마자 퇴직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니 어떤 성격인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민만 했지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과거에는 무조건 1억을 만들라는 얘기가 많았다. 당시에 1억이 있으면 전세를 끼던 대출을 받던 집 한 칸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집 값이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상황이라, 이제 1억을 만들어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건 꼭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난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피곤하기 때문에 금융사와의 거래를 선호하는 편이다. 즉 핸드폰과 금융회사를 통해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으로의 투자를 좋아한다. 부동산 투자는 임장도 가고 세입자도 만나야 하고 여러 사람과 얽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게 너무 싫어서 그냥 미국이나 한국의 리츠를 투자하는 걸로 방향을 정했다. 물론 살 집 한 채는 있어야 하니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사람과의 거래를 했어야 했다.


내가 다시 신입사원으로 돌아간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할 것 같다.


1. 아파트 청약을 위한 주택청약저축 가입하자. (그리고 결혼을 해서 애를 낳자.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결혼이라면 이왕이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결혼으로 생활비 절약도 많이 될 뿐만 아니라 나중에 아파트 청약 시 가점 1점이 아쉽다. 또한 애를 키울 때 얻는 행복감은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2. 세액공제를 위한 연금 저축과 IRP에 조금씩이라도 저축을 시작하자. 물론 연금계좌에 들어가는 금액은 만 55세가 되기 전까지 묶이게 되므로, 사회초년생들이 과도하게 많이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소득이 충분히(?) 높거나, 연말정산 할 때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적극 고려해 보자. 절세는 굉장히 중요하다. 부모님이 은퇴를 하셨다면 그리고 연금과 같은 부가 소득이 없는 분이라면 꼭 함께 공제를 받도록 잘 설득드리자. 이것도 형제자매가 있다면 경쟁이다. 인적공제와 더불어 공제받는 분이 사용하신 카드, 현금, 의료비 등 다 내가 공제받을 수 있다.


3. ISA (개인절세계좌)를 통해 가장 수수료가 낮고 거래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 ETF 등에 투자하는 건 좋다. 연 200만 원 정도의 비과세에 나머지 수익은 분리과세 9.9%다. 요새 같이 세금을 떼어가려고 정부에서 눈을 벌겋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는 3년만 유지하면 비과세 효과가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세수는 계속 부족할 것이고 정부는 계속해서 세금을 뜯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있는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4. 미국주식 직접투자(250만 원 공제 후 22% 세금), 국내 주식 (비과세) 등도 할 수 있다. 주식 투자가 무서운가? 하지만 장기간 투자 시 (지수로 한다고 하면, KOSPI200, S&P500 등) 크게 손해 날 일은 없다. 시계열을 늘릴수록 수익을 낼 가능성은 높아지고, 손해가 날 가능성은 적어진다.


그리고 내가 투자해서 피본 상품도 있다. 정답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ELS 다. 몇 년 전 중국/홍콩 지수에 투자해서 원금의 대부분을 떼였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난 원유를 기반으로 한 월 지급식 ELS에 크게 한 번 물려서 원금의 20-30%를 손해 본 적이 있었다.

ELS의 장점은 어느 정도의 변동성 하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극단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가가 완전 많이 오른다고 수익을 다 먹는 것도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커버드콜 상품들도 그런 유형이다. 꾸준하게 분배금은 얻을 수 있어도, 기초자산(주가)이 내리면 손해를 보고, 상승한다고 해도 그 수익을 가져가지도 못한다.

추가로, 최근에 미국 주식이 급락하면서 2배, 3배 레버리지 상품들에 가입한 사람들의 곡소리가 들려오는데, 일단 투자는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원금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 중요히 다. 코로나 시절 원유 등과 같은 원자재 등에 대한 파생상품 투자도 조심해야 하는 영역 중 하나이다. 당시에 원유 기반 상품들이 청산되거나 거의 0 수준의 가치로 수렴했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바로 전날(4월5일) 미국 나스닥이 거의 6% 가 급락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TQQQ, 즉 이론상으로는 나스닥 3배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하루에 거의 18% 가 급락을 했다는 뜻이다. 떨어진 18%를 회복하려면 22% 상승을 해야 한다. 즉 내릴 때는 6% 지만 오를 때는 7% 이상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하락이 커질수록 원금을 찾기 위해 상승해야 하는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손실이 -30% 면, 회복하려면 42.9%를, -60% 면 오를 때는 150% 가 올라야 한다. 최근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고 해서 다들 미국 주식으로 몰려가고 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한 가지 자산에 올인하면 경제위기, 코로나 등의 급락장이 왔을 때 버틸 수가 없다. 크게 한 방 먹으려다가 다 날리는 수가 있으니 과욕은 금물이다. 레버리지 상품에는 1%가 넘는 수수료가 붙고 다 금융사들의 수입이다. 남 좋은 일은 하지 말자.


재테크에는 72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수익률과 기간을 곱해서 72가 되면 원금의 2배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면 7.2% 의 수익으로 10년을 운용하면 원금이 2배가 된다. 또다시 10년을 더 운용하면 원금의 4배가 된다.(2배가 된 원금의 2배가 되므로), 이것을 한 번 더 하면 원금의 총 8배가 된다. 30년이 걸린다. 20대 후반에 취업에 성공해서 50대 후반에 퇴직할 때까지 긴 호흡으로 투자하면 퇴직할 때 원금의 8배가 되는 것이다.


언제 30년 투자하나?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돈을 버는 방식은 굉장히 심플하다. 말도 안 되는 수익을 제시하는 것은 '사기' 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누가 봐도 너무나 매력적인 수익을 제시한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보자. 그렇게 좋은 게 있다면 왜 본인이 하지 않고 남에게 얘기해 주겠는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덜 쓰는 것이다. ‘자본금 x 수익률 x 기간‘ 에서 자본금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취업했으니 좋은 차사고, 좋은 가구 사고, 좋은 옷 사고, 친구들 만나고, 할 거 다 하면 돈은 모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목돈이 모이기 전까지는 나의 수입과 지출을 한 번 엑셀에 정리해서 관리해 보자.


이런 과정을 꾸준하게 반복하면 어느 순간 돈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배당주 등에 투자하는 경우, 어느 정도 목돈이 쌓이고 나면 내 월급에 추가로 배당금 즉 자본소득이 쌓이면서 생활이 윤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 원일 때와 여기에 자본소득이 50만 원, 100만 원씩 매월 쌓이게 되면 훨씬 생활이 윤택해지고 적은 월급에 대한 불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소비도 적절히 절제하면 늘어나는 자본소득만큼 저축 금액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돈이 늘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최대한 재테크는 심플한 방법을 찾고, 나머지 시간은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열심히 일해서 빠른 승진을 노려보자. 나한테 투자하는 것도 큰 재테크다.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연봉이 오른다면 4-5% 겠지만, 승진을 하면 5-10%의 추가 상승이 있다. 더불어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퇴직연금(DC) 납입액도 늘어나고, 국민연금 납입액도 늘어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이직에 대한 기회도 있을 수 있고 비록 과거보다는 이직 시 상승률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15-20% 씩 연봉을 올릴 수 있다.


참고로 일부 제약회사의 경우 퇴직연금을 추가로 주는 곳들도 있다. 내가 낸 만큼 매칭해서 회사에서 추가로 적립해 준다든지, 아니면 일정 근무 기간이 지나면 120% 같이 추가로 적립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회사는 대부분 미국 보다는 유럽계 회사들이 많은데, 대신 연봉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회사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이것저것 조합해서 총량을 맞추는 것 같다.


따라서 가장 좋은 재테크 방법은 어떻게 자본소득에 투자할지에 대한 원칙을 최대한 심플하게 정리해 놓고, 업무에 집중해서 근로소득을 늘리는 길이다.


내가 어느 정도의 연금이 준비되고 있는지를 보려면 통합연금포털(www.fss.or.kr)에 들어가 보라. 내가 모아놓은 금액 & 국민연금 등 모든 자산을 기반으로 55세 이후 받을 수 있는 연금을 시뮬레이션해 준다. 나의 노후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나면 열심히 모으게 된다.


최근 장수에 따라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논의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아무리 개혁을 한다고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인구감소로 인해 많이 받을 수가 없다.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여될 것이고, 납부금은 계속 올라가면서 받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 결국 믿을 건 본인 자신뿐이다. 물론 부모님께 물려받을 게 많은 금수저들은 예외다. 진심 부럽다.. 좋겠다.

그런 거 하나 없는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미리미리 준비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좌충우돌 제약회사 신입 영업사원 다섯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