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네 등에 쓰는 편지

밤 10시 잠의 전쟁, 그 후에 남은 마음

by 박하린



사랑하려고 낳은 거야

몰라 그게 아닐지도 몰라

나는 그냥 내 이기심에 널 낳았고

그래서 내가 널 어느 정도 책임지는 거야

그 뒤에 삶은 니거야 네가 사는 거야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는 거야

내가 네가 자는 시간을 정할 수가 있겠니?

안 잔다고 화를 낼 수가 있는 존재냔 말이야

10시 안에 재우고 싶은 건 나의 바람이지 너의 바람이 아닌데 어쩜 그렇게 나는 호통치고 화를 내며 협박을 더해 너를 재웠을까

네가 건강하고 키가 컸으면 하는 건 그저 나의 바람

내일도 난 그 길을 위해 어김없이 노력할 테지만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이라는 것을 깊이 새겨 넣을게


비결은 아침에 너를 일찍 깨우는 그거 하나뿐임을


네 인생은 니거야 네가 정하는 거야

내가 오늘 너무 주제넘었지? 미안해 아들

너무 잘해보고 싶은 나머지 내가 너의 하루 일정을 시간마저 내가 정하려고 했어


미안해

너무 미안해


내일 아침에 진심을 담아 꼭 사과할게

받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며칠 전에 네가 추천했던 감정을 조절하는 그 그림책도 같이 읽자


미안하고 고마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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