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같은 육아의 길
아무리 힘든 일도 지나가버리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힘든 시기를 힘들게 잘 버티면 무언가 남는다는 것도 경험으로 안다.
그렇게 차곡차곡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 있었기에 내가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떤 일 보다도 아기를 키우는 동안에 한계가 더 자주 찾아왔다. 육아는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몸과 마음을 수련하기에 더없이 빠르고 정확한 길임에 분명했다.
육아란 본래 ‘잘‘이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 그때그때 상황을 살피며 오랫동안 걸어야 하는 불확실한 길. 그걸 몰랐던 초보 엄마였던 내게 육아는 늘 안개 같았다.
그래서 불안했고 너무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나를 갈아 넣었다. 하지만 나를 갈아 넣은 만큼 어디선가 계속 감정이 삐죽빼죽 튀어나왔다.
아이를 재우다가도, 이유식을 만들다가도,
자다가 깬 아이에게로, 밥투정을 하는 아이에게로.
그렇게 파편같이 튀어나온 나의 감정은 다시 나를 찌르곤 했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할까.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 걸까. 내가 얼마나 넘치게 했는지는 모르고 힘든 나를 계속 채찍질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완벽하려는 집착, 첫째로 살아온 무게,
그리고 둘째를 낳지 못했던 이유까지…
그 모든 게 연결돼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찾아온 깨달음으로 평온한 엄마가 되었냐고? 그럴 리가. 나는 아직도 새로운 상황마다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가끔 어린 시절 나를 만난다. 나의 내면 아이를 만나는 것 자체가 사실 꽤 힘든 일이다. 오히려 그 아이를 만났다면 이제 실타래가 풀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아이는 내 삶을 다시 살게 해주는 은인이다.
나의 어린 시절과 아이의 어린 시절을 함께 돌볼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건넨다.
아이가 있어서 정말 힘드냐고? Yes
아이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냐고? Yes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알만한 이 벅찬 행복을 어떻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나는 나의 완벽을 내려놓고 아이의 그대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면서 어쩐지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게 되는 것도 같다.
힘든 일은 지나가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어떤 흔적을 남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흔적을 어떤 모습으로 남겨놓을지는 아마도 나에게 달린 거 같다.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을까.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라던 그 일들이
이미 나를 만든 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