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게이터와 H.O.T.의 관계

사소함의 무게

by 박하린


난 10대 시절 어른들이 아이돌 멤버 이름을 모르는게 참 의아했다. 그렇게 유명한 H.O.T 멤버의 이름들을 모른다고?! 그렇게 유명한데? 지금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지금의 나는 멤버의 이름을 아는 그룹은 방탄소년단이 마지막이며 그마저도 모두의 이름을 알지 못함을 고백한다.


마치 그것만이 내 세상~ 처럼 내 세상 외에 다른 세상은 짐작도 못하던 우물안 시절같이 느껴지지만 그 때는 그게 내 세상이었다. 좋아하는 그룹이 신화인지 젝키인지 에쵸티인지 닉네임이 어떤 부인인지 지금 생각하면 진짜 별일도 아닌 그런 것들 말이다.


우리 아들이 식탁에서 사뭇 진지하게 나를 부른다.

“엄마.“

”응?“

친구들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어디가 아픈가 나도 모르게 목을 쭉 빼고 대답했는데,

“응, 근데 크로커다일은 이렇게 걷고 엘리게이터는 이렇게 걷는데. 입은 이~~렇게 생겼어.”

힘이 쭉 빠지는 아들의 대답. 나는 속으로 ‘또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자동차, 로봇, 공룡에 이어 이제 동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얼른 속마음을 감추고 짐짓 나도 진지하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은 건조하게 대답한다.

“그래? 엄마는 몰랐네- 뭐가 엘리게이터라고?”


나에게는 너무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들에게 너무 심각한 일일때는, 얼른 13-14살 그 시절 H.O.T를 떠올린다. 어른 시선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어보이지만 13살 소녀에게도 6살 아들에게도 세상은 나름대로 복잡하고 중요한 일들로 가득한 법이다.


어른들이 모른다고 놀라웠던 내 마음은 사실 엄마 아빠가 알았으면 좋겠다 싶었던 마음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몇학년 몇반인지, 내 수학 시험 점수가 몇 점인지, 그래서 이번에는 몇 등을 했는지, 그런 숫자 말고 요즘 나는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보고 듣는지 그런거 말이다. 나에대해 가졌던 관심이 정말 나에대한 관심이었던가.. 이런 씁쓸한 생각이 들때면 귀찮았던 마음에 다시 번쩍 정신이 든다.


그래서 요즘 나는 아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려고 노력한다. 설령 그게 악어 생김새든, 공룡 이름이든, 내 세상에는 없는 이야기라도 말이다. 언젠가 그는 잊어도 나는 공룡 이름을 여전히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 좀 건조한 마음이더라도 ‘그렇구나, 그랬구나’ 하다보면 대화가 이어진다. 대화 만큼 마음도 이어지길 바라며, 그리고 그 마음이 스무 살, 서른 살이 되어도 이어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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