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근사한 삶

네모 틀 밖에서 살아낸 시간

by 박하린

어릴 적 영화나 드라마에는 왜 모든 과정이 나오지 않나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시험을 본다 해도, 그 공부의 지루한 시간들은 보여주지 않는다.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남아도, 밥 먹고 싸우고 화해하는 일상은 흩어진다.

성공은 화려하게 연출되지만, 그 뒤의 수없는 땀과 고독은 단 몇 초에 스쳐 지나간다.

극 내용에 중요하지 않은 과정은 대부분 생략되고 미루어 짐작 가능한 내용도 나오지 않는다.


어른이 된 어느날 문득 그 생각이 나며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아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그 부분이 바로 삶이구나.' 하고


산다는건 그런 것이다.

지지부진하고 반복되고 타인은 궁금하지 않고 굳이 몰라도 되는 그런 일들이 가득한 것.

드라마틱한 사건보다는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상으로 가득한 그런 것.

한마디로 그다지 별 볼일 없는 일들로 가득한 것.

우리의 삶은 타인의 시선에는 언제나 그렇게 편집된 채 보여진다.

하지만 편집되지 않은 화면까지 포함해서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닐까.


내 인생에 보여지지 않는 부분이 어떤 것으로 채워져있는지 누가 알까.

그렇게 쌓인 시간들로 내가 어떤 인생을 가꾸고 있는지 누가 알까.


때때로 우리는 종종 타인의 편집된 삶을 있는 그대로의 삶이라 착각하기도한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기 좋은 요즘,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을 삶 전체로 오해하기도 한다.


남이 알아야할거 같은 결과에 너무 목메고 살지 않기.


삶이란 그런 비루하고 남루한 부분을 나답게 가꾸는 일인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삐걱삐걱 다듬어낸 내 삶이 어느 순간 내가 보기에 꽤 근사해지길 기대한다.

결국 그 삶의 기준은 남이 아니라, 오직 나일 테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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