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

완벽하지 않은 날개짓으로

by 박하린





나는 늘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언제부턴가 하면..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일기를 쓰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검사나 과제가 아닌, 내가 써야만 해서 쓰는 글들.

마음이 차올라 넘치면 나는 펜을 들었다.


중학교 때는 욕으로 종이를 가득 메우고 북북 찢어버리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모전에 슬쩍 원고를 냈다가 상을 받기도 했다.

20대에는 내 인생이 흔들리는 만큼 글감이 넘쳤고,

30대에는 조금 정제된 글을 썼던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아이를 낳고는 글의 결이 조금 달라졌다.

엄마란 존재 자체, 내면아이와 마주하는 기록들,

엄마로서의 후회와 다짐이 가득해졌다.


늘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었으면서

그럼에도 ‘보여줄 만한 글’을 쓴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과 시험지 위의 글은 ‘잘 쓴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건 공부 같은 거였지 내 글이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일기 속 글들,

나에게 그건 완벽한 작품이 아니었으니까.

거창하고 멋진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작품이 아니었다.

나는 실패할 것 같은 일은 쳐다보지 않았지만,

해야 하는 시험은 떨어진 적이 없었다.

위장병이 걸리고 악몽을 꿔도 해내는 건 해내야 하는 거였다.

그것의 다른 이름은.. 완벽주의였다.


종이에 쓰던 글들이 어느새 시대에 흐름에 따라

휴대폰 메모장에 가득 쌓여가던 어느 날,

아주 갑자기

운전을 하고 가다가

내 마음에 이상한 아지랑이가 피었다.

갑자기 내 글이 멋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내보이면 어떨까.

내 책이 세상에 나오면 어떨까.


그러고 나서도 내가 브런치에 아이디를 만든 건

6개월은 훌쩍 넘을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나 자신 그대로를 세상에 내보일 용기.

나 그대로 인정하는 일, 부족한 나를 세상에 그대로 내보이는 일

아무것도 아닌 거, 그게 내겐 너무 용기를 필요한 일이었다.


도전해 보기로 한다.

시작해야 비로소 시작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날갯짓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날지 못해도 좋고 멀리 못가도 좋다.


완벽주의인 나에게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에 해보는

날갯짓 자체에 의미가 있다.


가보자 해보자

안되면 안 되는 데로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지금의 삶도 이미 충분히 괜찮으니까


뭐 어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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