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과 화해하는 법
십 대 시절, 이름을 자꾸 갈아입고 싶었다.
가끔 글자 하나하나가 내게 안 맞는 옷 같았다.
이름은 늘 나보다 먼저 사람들에게 가 닿았고,
나는 그게 싫었던 걸지도 모른다.
이름에 사연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할머니가 어디서 받아왔다는 이름 말고,
엄마와 아빠가 왜, 어떤 마음으로 붙여준 이름인지
그런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
그건 존재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다는 증거처럼 들렸다.
엄마가 화날 때는 종종 성을 붙여 부른다.
근데 그 성이 누구로부터 왔을까?
그럴 때마다 내 이름 속에 아빠의 그림자가 섞여서,
나는 혼자 혼나지 않았다.
가끔 내가 꼭 아빠를 닮아서 혼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였을까.
나는 꼭 내 성이 이름과 안 어울리는 거 같았다.
둘 다 너무 흔했다.
성이 다른 거라면 이름도 뭐 좀 괜찮을 것도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조차 나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이제 이름에 대한 큰 고민조차 없다.
이름이 흔하면 흔한 대로,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걸로 이야기가 생기고
뜻도 이상하지 않으니 그냥 괜찮다.
이름은 그저 나를 부르는 방식 가운데 하나일 뿐.
그렇다고 나스러움이 보태지거나 덜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름이 어떻든 나는 결국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