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 있는 곳
당신이 서 있는 그곳,
그곳이 꽃밭이다
때로는 내가 피는 걸 방해하는 꽃도 있고
때로는 내 몫을 가져가는 꽃도 있다
어디서 어떤 꽃씨가 날아오는지 알 수 없듯
내가 피고 지고 다시 꽃 피우는 동안
내 옆자리에 피는 꽃이 어떤 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어떻게 꽃 피울지
나만이 알고 있을 뿐
멀리서 보면 노랗고 빨갛고 하얀 꽃들이
흐드러져서 참 예쁘다
각각 흐드러진 그 모두가 향기롭다
때로는
네 향기가 먼저 다가와 내 향기를 가리기도 하고
때로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색이 먼저 앞서기도 한다
그럴 때는 가만가만 향을 고르고 색을 고른다
피는 땅이야 고를 수 없지만
어쩔 때는 안간힘을 다해 향을 풍겨내고
어쩔 때는 잠시 꽃봉오리로 나를 가려보기도 한다
뿌리내린 곳이
진흙탕이라 할지라도
나는 꽃이다
서 있는 그곳이
내 꽃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