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내가 서 있는 곳

by 박하린



당신이 서 있는 그곳,

그곳이 꽃밭이다


때로는 내가 피는 걸 방해하는 꽃도 있고

때로는 내 몫을 가져가는 꽃도 있다


어디서 어떤 꽃씨가 날아오는지 알 수 없듯

내가 피고 지고 다시 꽃 피우는 동안

내 옆자리에 피는 꽃이 어떤 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어떻게 꽃 피울지

나만이 알고 있을 뿐


멀리서 보면 노랗고 빨갛고 하얀 꽃들이

흐드러져서 참 예쁘다

각각 흐드러진 그 모두가 향기롭다


때로는

네 향기가 먼저 다가와 내 향기를 가리기도 하고

때로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색이 먼저 앞서기도 한다


그럴 때는 가만가만 향을 고르고 색을 고른다

피는 땅이야 고를 수 없지만

어쩔 때는 안간힘을 다해 향을 풍겨내고

어쩔 때는 잠시 꽃봉오리로 나를 가려보기도 한다


뿌리내린 곳이

진흙탕이라 할지라도

나는 꽃이다


서 있는 그곳이

내 꽃밭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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