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When the Lake Begins to Flow

by 박하린




나는

맑고 파아란 깊은 호수다

깊은 호수는 큰 말이 없다

말이 없다고 해서 모르는건 아니다


나는

깊은 곳에 말을 간직하고

가끔은 표면위로

뽀르르 뽀르르 기포를 내었다



이제

내 호수는 물길을 만나 강이 되었다

내 깊은 호수는 흐르기 시작한다


냇물로 강물로 바다로

어딘가로


이제서야

호수가 흐른다


스무살의 나는

파도와 같았다

호수에 이는 바람에

영락없이 흔들리고 거세지는,


다만 가끔

바닥까지 흔들리는 파도에

휘청이며 뿜은 기포는

터져서 사라질 뿐


바닥이 흔들리고 또 흔들려

깊어지고 깊어진 덕분에


나는

이제 흘러간다

호수 가득 담은 의미가 많아도

흘려보내면 그만인 것을


사실은 그것은 의미도 뭣도

아닐지도 모르다는 것을


하지만

호수는 여전히 깊을 것임을


그것을

이제야 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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