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 sera sera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다.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로 내 세상은 계속해서 하얬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 위로 눈이 이어졌다.
마치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쌓여있는 눈에 또 다른 눈이 쌓였다.
때로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때로는 지긋지긋하기도,
아주아주 두껍기도 한 하얀 눈.
그래도 우리는 모두 안다.
결국 길어봐야 몇 달 뒤면 하얀 세상은 없어지고
초록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봄이 올 거라는 걸.
까맣게 그을리게 될 피부 색깔,
끝도 없이 쌓일 낙엽까지 떠올리니
상상 속에서 일 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도 같다.
미국 시골에서 사는 건
나에겐 왠지 자연 속으로 부쩍 들어가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꼭 계절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만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해본다.
마치 영원히 반복되지만 몇 개월만 머무르고 가는 계절처럼
우리 삶도 다르게도 같게도 그렇게 반복되며 흘러가는 게 아닐까.
내가
꽃이 피는 걸 막을 수 있을까
눈이 오는 걸 막을 수 있을까
내가 정할 수 있는 건
물들어가는 주황 낙엽 색감에 감탄할지,
까맣게 그을린 피부를 보고 깔깔거릴지,
아마 고작 그런 거 정도일 뿐이다.
지금,
창밖에 아주 아주 작은 입자의 눈이 흩날린다.
나는 창이 보이는 위치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갓 내린 커피가 담긴 머그를 옆에 두고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의 타자를 두드린다.
이 순간의 고요가
나무에 소복이 쌓여가는 하양과
사계절 내내 같은 초록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음 가득한 평온을 준다.
이 겨울이 사실은 나의 벨 에포크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랑이 있고
내가 먹고 싶은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이런 소소한 하루하루가 쌓인 날들 말이다.
아니, 사실
작은 자취방 좁은 부엌에 찌든 때를 닦던 그날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랑에 아파하던 그 어린 날들이,
아직은 오지 않은 내 미래의 모든 날들이
내겐 내 모든 순간이다.
너무 애쓰지 말자.
강물도 흐르고 계절도 흐르고
인생도 흘러간다.
나는 그냥 쉽게 감동하고
봄이 오면 봄바람에 기쁘고
겨울이 오면 털모자를 사면서 기쁜 사람이고 싶다.
사뿐사뿐 하늘하늘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