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비애

아이가 아플 때

by 오설자

작가회 모임에 갔다가 오는 길에 장을 보았습니다. 한 손에는 재활용 봉투에 담긴 반찬거리를 들고, 다른 손에는 핸드백과 도넛 봉지를 잡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집 가까이에 있는 키즈카페에서 아이들과 아빠가 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는 영상이 달라지는 방방이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었어요. 흐뭇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지난날 어린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네요.


큰아이는 2학년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 일입니다.

어느 월요일, 작은 애가 아팠습니다. 목이 많이 부어서 주사를 맞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꼭 주말에 잘 아프잖아요.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9시가 넘어야 문을 여는 병원에 아이를 데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없이 큰아이에게 병원에 데려갔다가 늦게 학교에 오라고 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건물 2층에 있는 병원에 가서 의료보험증을 내고(의료보험증을 들고 병원에 가는 시절이었네요.) 의사 선생님께 드리라고 쪽지를 써 주었습니다. 주머니에 병원비를 넣어주고 똑딱단추로 잠갔습니다. 수업을 하면서도 교문으로 향하는 시선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1교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 교문에 까만 점 두 개가 나타나더니 조금씩 움직이며 커졌습니다. 큰애의 한 손에는 약봉지를 들고 한 손은 동생을 꼭 잡고 교문을 지나 운동장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교실 앞에 온 큰아이에게 가방을 주어 자기 반으로 가게 하고, 둘째에게 약을 먹인 후 보건실(그때는 양호실이었습니다.)에 데려가 잠시만 재워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빨갛게 볼이 달아 자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려니 또 눈물이 났습니다.


큰아이 수업이 끝나자 동생과 함께 미술학원으로 보냈습니다. (그때는 학교 급식이 없어서 학교 근처에 있는 가정집으로 보내 미술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랬습니다. 아이들을 돌봐주는 그 학원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퇴근하고 아이들을 ‘수거하러’ 미술학원에 갔더니 아이는 약을 먹고 또 자고 있더군요. 저녁거리를 산 비닐봉지와 가방을 주렁주렁 들고 한 손은 아이들 손을 잡고 집으로 왔던 날이 있었습니다.

십 수년이 지났지만 직장 엄마들에게 육아의 현실은 달라진 것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아이 상담시간에 부모가 함께 오기도 하더군요. 참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워킹맘들에게 육아는 여전히 고달픈 현실입니다. 엄마가 이미 지쳐 있는데 아이에게 어떻게 사랑을 나눠주어야 할까요.

짧은 시간 사랑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아주 짙은 농도로 사랑해주면 됩니다. 엄마들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집니다. 가정도 행복해지고요. 그래야 이 나라가 행복해집니다. 어떤 집 가훈이 ‘엄마를 위하자’로 정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가훈입니까.

워킹맘님들! 힘내세요. 당신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