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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설자 Oct 12. 2020

좋겠다

브런치 글이 마음을 울렸다

        

아침에 읽은 브런치 글이 마음을 울렸다.


<단돈 12만 원도 없는 우리 집>이라는 제목의 글. 그 글의 매거진 제목은 <살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는 삶>이었다. 맨 첫 글이 ‘살고 싶지 않아 글이라도 쓴다’였다. 그녀의 글에는 숨김이 없었다. ‘척한’ 글들이 싫었다는 사람들이 올린 댓글도 좋았다.


 그 글을 읽다 보니 내 글은 정말 착한 척, 남을 위하는 척, 글을 잘 쓰는 척, 척척척... 한 글이 많다는 것에 부끄러워졌다. 나의 삶을 반성하게도 했다. 나도 구독을 눌렀다. 가족방에도 보내 주었다. 아이들은 정해진 코스대로 학교에 가고 직장에 취직하고 어려움 없이 살았다. 좋은 부모?를 만난 어떤 사람은 열 살일 때 까르띠에 빌딩 지분을 가진 소유주가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건강한 젊음이 있다. 남과 비교하면 처절해진다는 것을 벌써 알고 있다.      


‘서울 곳곳에 즐비한 아파트들을 올려다보며 종종 기운이 빠지고 자주 서글프겠지. 다만 아무리 슬프더라도 가진 돈 없는 부모를 원망하지 않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마음을 쏟을 것이다.

내 부모도 그랬으니까.
가진 돈이 없어도 가진 마음을 죄 쏟아 나를 빚었으니까.

내가 이제야 돈에 벌벌 떨도록, 돈의 무서움을 깨닫도록 내 가난을 이만큼 유예시켜 주었으니까. 스물다섯 해를 무지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나는 오늘 조용히 한 번 더 울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주 조심히, 숨죽여 한동안 울었다.’  by 이월     


 글을 읽으며 울컥했다. 그녀가 어서 힘든 20대를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래 우울하지만은 않아. 그녀에겐 저토록 예쁜 사랑하는 마음이 있잖아. 온 마음을 다해 쏟을 그 무엇이 있어 그녀는 이미 지금 행복한 거야.

 아빠 여권도 만들어서 해외에도 나갔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여권을 들고 아빠와 가족이 검색대를 통과하여 다른 나라 땅을 밟고 다른 나라 공기를 마시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녀가 가족들과 자주 데이트를 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자주 서울의 즐비한 아파트를 자주 올려다보지 않도록 모든 청춘들에게 꿈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오히려 가을 햇살에 지는 낙엽이 얼마간 반짝거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에 밟혀 부서지는 것이 안타까워 서글퍼지는 것이 더 많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 건포도가 들어 있는 롤케익 하나 사들고 가면서 가족끼리 한 스푼씩 달콤한 저녁을 떠먹는 기쁨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이다. 이제 그럴 수 있을 터이니.


 월급을 타면 이것저것 빼고도 아쉽지 않게 얼마간 저축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돈이 조금씩 불어나는 통장을 보며 이것은 자동차를 살 통장, 이것은 조금 큰 데로 이사 가기 위한 전세금, 이것은 여름휴가 동안 나를 위한 여가비... 가끔 퇴근길에 책방에 들러 새로 나온 책을 구경하고 한 두권 주문하면서 이번 달 용돈이 넘치지 않았다는 여유쯤은 부렸으면 좋겠다.


 꿈을 잃게 만드는 이 나라가 많이 변했으면 좋겠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걱정 없이 마음껏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 좌절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미래에 주름진 검은 커튼이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커튼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렵게 연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미래가 그들 앞에 펼쳐지면 좋겠다. 깜깜한 어둠이 아니라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는 아침이 되었으면 더욱 좋겠다.


무엇보다 소중한 그녀의 마음이 지금처럼 따듯하게 남아 있으면 좋겠다.



스물다섯 이월님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모든 청춘들에게 사랑과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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