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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설자 Apr 04. 2021

무릎을 꿇은 수녀님

안타까운 미얀마 사람들

          

 미얀마에 난리가 났다. 5년 동안 민주 정부가 들어서서 민주정치가 꽃을 피우고 있었으나 정세는 불안했다. 그동안 아웅산 수치가 군부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있었다.


그 군부는 다름 아닌 로힝야 족을 학살한 민 아웅 훌라잉이 수장이다. 경제계를 모두 주름잡고 미얀마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그는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수많은 자녀와 가족들이 또한 나라 경제를 흔들고 있다. 그는 지난 선거에 압승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가 부정선거를 했다면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아웅산 수치는 로힝야족 학살에 손을 놓고 있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가 그 일 때문에 상을 반납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는 겉으로는 군부와 화합하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만달레이 힐에서 본 석양

 

피의 일요일, 수십 명이 죽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위하다 다치고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수백 명이 시위 도중에 죽었다. 시위와 관련이 없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사격을 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열네 살 소년이 거리에서 총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군인들은 실탄을 가지고 사람들을 쏘고 있다. 기관총으로 난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총 맞아 죽은 시신을 군인들이 어디론가 끌고 가는 영상도 있었다.  소수 민족을 공격하고 주택을 불태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고 있다.


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 수녀님이 총과 방패를 들고 거리를 막고 서 있는 군인들 앞에 무릎을 꿇은 사진이다. 수녀님은 눈물로 호소했다.


“더 이상 쏘지 마세요.”  



   

▲ 미얀마 경찰 병력 앞에 무릎 꿇고 총을 쏘지 말아달라며 애원하는 안 누 따웅 수녀.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갈무리. DB 저장 및 재배포 금지] 출처: 조선일보


            

 어떤 역사적인 일에도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시민이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보는 듯했다. 미얀마는  5400만 명의 인구 중에 2200만 명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나라다. 군부는 밤마다 인터넷을 차단한다고 한다. ‘잘 될거야’라는 말을 가슴에 새긴 옷을 입고 죽은 여고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잘 되야 할 텐데...



 

미얀마에  일이 재작년 11월이다. 20 넘게 미얀마를 돌아다니면서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난하고 부족해도 부처님을 모시며 웃음을 잃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있었다. 맨발로 부처 앞에 꽃을 올리는 선량한 시민들의 얼굴에 번지던 웃음이 떠올랐다.



인레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 부부



미얀마를 여행하며 만났던 사람들이 마치 시위 현장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우리가 자주 갔던 보리수나무 아래 카페에서 일하던 오누이가 거리로 나와 그들의 총탄에 맞은 것은 아닌지. 우리를 폭포에 데려다준 툭툭이 기사 아저씨는 별 일이 없는지. 바고의 예쁜 2층 식당으로 안내하고 음식을 서빙하며 우리를 즐겁게 하던 젊은 청년은 안전한지, 우베인 다리에서 장신구를 팔며 웃던 해맑은 여인들이 다친 것은 아닐까. 만달레이에서 우리를 안내해 준 청년은 별일 없는지...


우리가 느긋하게 파고다를 구경하며 걸었을 어느 길 위에 그들이 서 있는 것만 같아, 그 길 어디에 사람들이 시위하다 총부리에 맞는 것만 같아 나는 마음이 아팠다. 만달레이 왕궁으로 가는 길 어디거나, 우리가 찾아가던 식당이 있던 어디인지도 모른다.



이토록 평화로운 곳에 사는 사람들인데


 차라리 나를 쏘세요.


맨발로 도로에 무릎을 꿇고 시위대에게 총을 쏘지 말라고 엎드려 호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두려움 없이 행동한  수녀의 용기에 모두 눈물을 흘렸다. 군부도 총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총으로 압박하고 그렇게 국민을 피를 밟고 정권을 잡아 그들은 죽을 때까지  살다  것이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똑같다. 가진  없어도 낙천적으로 행복하고 순하게 살던 그들은 지금 총부리 앞에  있다.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 그들을 보호해주어야 할텐데

 


 봄이 한창이건만 미얀마에는 시민들의 유혈이 낭자하고 있다.

총성이 멎을 날이 어서 와야 할 텐데...

불쌍한 국민들이 더 이상 피를 흘리면 안될 텐데...

미얀마에도 찬란한 봄이 와야 할 텐데...

가슴이 조여들게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믿는다.

옳지 못한 정권은 무너지고야 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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