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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설자 Mar 29. 2024

어설픈 3월

너무 큰 교복 같은

          

 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중학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요즘은 교복 대신 간편복을 입는지 가슴에 학교 로고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더러 집으로 가거나 아는 애들끼리 모여 서성거리고 있다. 3년 동안 입어야 하기에 좀 큰 듯한 헐렁한 새 옷을 입고 새 가방을 멘, 조금은 설렘이 떠 있는 얼굴을 한 아이들. 갓 입학한 중학생들이다.


 어설픈 3월. 학교에 있을 때 생각이 난다. 1년 중 가장 길고 힘든 달이다. 새 학기가 익숙해지려면 3월을 잘 견뎌내야 한다. 동료들도 낯선 얼굴이고 아이들도 모두 새로 만난 얼굴들이다. 새로 사귀어야 얼굴들을 보며 1년을 잘 보내야 한다는 긴장감으로 마음이 세워지는 달이다.


 학교 업무는 폭주한다. 매일 쏟아지는 일을 처리하느라 정작 아이들과 친해지고 훈육해야 하는 일들이 흩어지고 만다. 전년도 보다 잘해 보고 싶어 잔뜩 세운 계획들은 밀려드는 일로 점점 구심점을 잃게 된다. 한 달 동안 학습훈련이나 생활지도를 아이들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집중하여 지도해야 하는데 새로 밀려드는 일들이 지치게 만든다.


 게다가 3월은 날씨까지 힘들게 한다. 봄인 듯 순해진 햇살이 따사로워 보이지만 몇 차례 꽃을 피우는 추위가 몰려오고 얇아진 옷과 긴장한 마음으로 감기가 몸을 집어먹곤 했다.


3월은 참 어설픈 달이다. 이미 근무하던 학교는 그나마 익숙한 무엇이 있어 덜 힘들지만, 새로 발령받아 간 학교는 배로 힘들다. 선생님들과도 친해져야 하고 그 학교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일이 우선이다. 대부분 비슷한 업무와 교육활동이 이어지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교도 있기에 충돌하는 일들이 있다.


 아이들과도 얼굴을 익히고 친해져야 한다. 이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내가 가르치는 것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말썽 부리고 나를 힘들게 한 아이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들 앞에 서면 벌써 눈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다. 저 녀석은 손이 좀 많이 가겠네, 저 아이는 좀 힘들어 보이네, 저 아이는 관심이 많이 필요할 것 같네, 같은 생각이 훑고 지나간다. 1년 동안 함께 할 사이임을 서로에게 확신을 주느라 어색함을 견디며 친절하게 대한다. 처음부터 웃거나 어질게 해 주면 1년 동안 애들에게 휘둘린다고 웃지도 말고 무섭게 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엄격한 얼굴은 금세 무너지고 만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설픈 3월이다. 특히 처음 학생이 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느라 긴장한 날들을 보낸다.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몸을 팽팽하게 만들고 따라서 3월이 지나면 몸이 아픈 아이들이 더러 생긴다. 일 학년 아이들에게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따뜻하게 옷을 입히고 집에 오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교복에 익숙해져야 하고 새로 만난 아이들과 친해져야 한다. 더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하고 훨씬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 한다. 이미 초등학교에서 많은 교과 선생님이 있어 익숙하긴 하지만 과목마다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고 많은 양의 수업을 감당해야 한다. 헐렁한 교복만큼이나 새로운 생활이 잘 맞지 않는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 시작하는 학교 생활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3월의 운동장에는 결심과 다짐들 사이로 어색함과 어설픈 기운들이 떠다닌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긴장하고 서먹한 시간들이다. 3월 한 달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3월이 끝나가고 있다.

3월이 지나면 시간은 금세 지난다.

새로 시작하는 모든 마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구례 산수유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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