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하는 생강차
절에 다녀오다가 길모퉁이 찻집에 들른다.
평소 지나면서 아늑하게 느껴지던 곳이라 가 봐야지 생각만 하던 카페다.
다행히 창가에 빈자리가 있다.
수제 생강차를 주문했더니
커다란 컵에 담은 따끈한 차를 내온다.
"잘 저어서 드세요."
놓고 간 것은 삽 한 자루.
삽으로 휘저어 한 모금 떠 마신다.
삽자루에 남은 차를 빨아 마시는 맛.
삽 손잡이에 손가락을 넣고 가라앉은 건더기를 휘휘 저어
진한 생강차 따스한 한 모금이 가슴을 타고 어루만진다.
그날 나는 어떤 일을 겪느라 기진맥진했는데
떨리던 마음을 내려놓고 쉴 곳이 필요했다.
저을 때마다 가라앉은 달콤함이 퍼지면서
마음이 진정된다.
서서히 새 힘이 올라온다.
삽으로 퍼올리는 고요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