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을 먹다가
우리 동네에 맛있는 빵집이 생겼다.
빵만 맛있는 게 아니라 젊은 두 사장님의 친절함도 넘친다.
그 앞을 지나올 때, 언제나 자동인형처럼 방향을 틀어 문을 열고 들어간다.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 빵이라 그런지 소화가 더 잘되고 먹어도 부담이 없다.
따끈한 식빵을 사고 오면 우리는 큼직하게 한 조각씩 떼어 들고 먹는다.
나는 부드러운 안쪽 살을 한 겹씩 떼며 파먹고 껍질은 남겨 놓는다.
그는 바깥쪽을 좋아해서 껍질을 먼저 벗겨 먹는다.
그래서, 공평하다.
그래서, 다툴 일이 없다.
둘 다 껍질을 좋아하거나 안쪽만 더 좋아한다면
치열한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기묘한 이야기들>에 나오는 단편 <녹색 아이들>에는 녹색 피부를 가진 아이를 '오시로트카' 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이름은 '빵의 부드러운 가운데'란 뜻으로 이런 의미란다.
“식빵 덩어리에서 바깥쪽 껍질은 먹지 않고 가운데 부분만 떼어내어 먹는 사람”
그걸 읽다가 나는 빵 터진다. 그 이름으로 애칭을 지어볼까?
오시로? 오로카? 시로트? 오로트?
어느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식빵 가운데 부분만 떼어먹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많은 의미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