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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설자 Nov 15. 2018

수능 축제

수험생 여러분 애쓰셨어요


공교롭게 오늘, 수능날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수능 시험 때문에 비행기도 멈추는 나라.

 아이가 2 마지막 학기가 되었을  동네 수능 시험장 앞을 지날 때였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때였지만 시험이 끝나 나오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의 굳은 얼굴을 보며 나도 3 엄마가 된듯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웃음기도 없이 학교 교문 창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엄마를 보는 순간 눈물이 솟았다.

 아들은 재수를 했다. 1년은 인생에 결코  시간이 아니었다. 학창시절 대충 공부해도   같던 대학 입시는 아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들은 스스로 재수를 선택했다. 어쩔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재수기간은 아들이나 나에게 겸손의 의미를 가르쳐  좋은 인생공부가  시기였다.

아침마다 재수 학원에 데려다 주면서 뒷좌석에 앉아 쪽잠을 자고 있는 아들을 보며 나는 다짐하곤 했다.

 뒤에 부처님이 타고 계셔!’

그렇게 생각하면 , 후레시맨들이 입는 교복 과잠 ‘스누잠,연잠,고잠...’ 입고 대학 축제를 즐기는 아들 또래 대학생들을 생각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새벽까지 게임을 해도 눈감아   있었다.

 새벽 세시 반에 일어나 절에 가서 네시  법회에 기도를 하고 6시에 집에 도착하여 아침을 준비하고 6 40분에 아침을 먹이고 영동대교를 넘어 대치동 학원으로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와서 간단히 화장하고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위로  살터울 딸이 입시준비하는 기간까지 3년을 그렇게 거의 매일 새벽기도를 다녔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냈지만  신기하게도 아프지도 않고 힘든 줄도 모르는 신들린 아침들을 보냈다.  
 아들은 치열하게 공부를   아니지만 다행히 지난해보다 그럭저럭 나은 결과를 얻었고 원하던 곳은 아니지만 아슬아슬하게 수시로 합격을 했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아니면 관심에서 멀어지듯, 수능은 나에게도 관계 없는 일처럼 멀어졌다. 주변에 수험생을 가진 지인이 있을 때나 기억하고. 해마다 다가오는 낙엽지는 가을 같은 일처럼 되었지만 수능날만 되면 옛생각에 고딩 재딩 엄마처럼 마음이 울렁인다.




 이 아침, 교문에서 간절한 마음이 되는 엄마의 심정이 되고 울컥해진다. 그동안 마음졸이며 뒷바라지를 하신 부모님들 애쓰셨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그동안 쌓은 지식의 기량을 남김없이 전부 다 쏟아내고 후회없이 시험장을 나설 수 있기를, 모든 수험생들에게 축제의 날이길 두 손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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