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못 정해
남쪽 어느 도시에서
어제 못 간 청국장집에 간다.
어디에 앉을까 하다가 벽 쪽으로 골라 앉는다.
앉고 보니 하필 길 쪽에 면한 벽에서 냉랭한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
해가 비치는 따슨 자리로 옮길까 고민하다 그냥 앉는다.
언제나 그렇다. 자리 결정 장애.
카페에 가도 그렇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자리가 좋다. 자리가 많으면 어디에 앉을까 망설이다가 이상한 자리에 앉는다. 그러고는 꼭 두세 번 자리를 옮긴다.
왜 이렇게 자리를 잡는 안목이 없을까.
언젠가 자리 때문에 그와 다툰 일이 생각난다.
부다페스트에서였나. 조식을 먹으러 식당에 일찍 내려갔는데 앉고 보니 하필 그 많은 자리 중에 직원이 드나드는 쪽에 앉은 거다. 다투고 먹는 음식은 모래 씹는 맛. 하긴 내가 자리를 잘못 잡은 거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자리가 많을수록 이 고민은 커진다. 어디에 앉을까. 두리번거리다가 이상한? 자리에 앉는다.
자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는 거다. 팔랑팔랑. 저 자리가 좋은데…
앉았던 흔적은 깨끗하게 하고 의자도 집어넣고 좋아보이는 다른 자리로 가지만, 막상 그 자리로 오면 원래 앉았던 자리가 더 좋을 때도 있다. 다시 돌아가기가 무안해진다.
멀리서 보면 낭만, 가까이 보면 현실.
식당 안에는 손님도 없는데 옮겨도 되련만 일어나지 못한다. 주인이 뭐라 생각할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결국 목도리를 어깨에 두르고 음식을 먹는다. 청국장은 먹을 만하다. 먹으면서도 또 자리 생각.
이노무 결정장애는 정말 해결 불가.
어느 카페에서 어디에 앉을까 두리번거리다가, 앉고는 다시 짐을 챙겨 황망히 자리를 옮기는 아줌이 있다면 그것은 자리결정장애인 이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도 있다.
내가 애정하는 장소에 갈 때, 창가 나무들이 보이는 뷰가 시원한 그 자리가 비어 있길 기대하며 간다. 카페에는 사람들이 많은데 신기하게 그 자리가 딱 비어 있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 앉으며 감사한 마음에 푹 젖는다.
비로소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