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이 눈을 뜨고
나무 끝에 봉오리들이 이슬처럼 매달려 있다.
꽃샘추위가 지나면 다투어 벌어질 것들이다.
산수유나무들이 무리 지어 있는 길.
올려다보니 노란 눈망울들이 올망졸망 열려 있다.
다칠세라 조심스레 당겨 손끝으로 만져 본다.
콩방울처럼 단단하고 매끈하다.
살아 있는 숨결이 내 손 끝에 전해져 오는 듯하다.
긴 겨울을 잘 견뎌 단단하게 영글어
꽃망울로 다시 돌아온 것들.
죽어 있는 나무처럼 껍질이 벗겨지고 늙은 가죽만
남은 산수유 가지마다 노란 생명들이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다.
이 길에 노란 아지랑이를 흩뿌려 놓겠지.
노란 하늘을 보느라 고개를 쳐들고 걷고 있겠지.
어느새
이렇게 모두
다시 돌아와 주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