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새 세상을 여는 아이들
눈이 펄펄 내린다.
다 좋은 날 두고 눈 오는 날 볼일 보러 간다.
물이 잔뜩 묻은 눈이라 내리면서 녹기도 하고 내려 쌓이기도 한다.
눈 내리는 길 너머 아가들이 어른들 손을 잡고 온다.
아, 오늘 입학식이구나.
입학식을 끝내고 부모님과 집으로 오는 거구나.
지루하고 알아듣지 못할 교장 선생님 축사도 듣고,
교실에 가서 내 자리에 앉아 짝도 만나고,
담임선생님 말씀도 들으며
이제 초등학생이 된 기분을 어떻게 느꼈으려나.
처음 학교에 가는 날
분홍 패딩 코트와 치마를 입고 흰 타이즈를 신고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묶은 여자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시린 걸음으로 온다. 노란 프리지어 꽃다발을 가슴에 안은 아빠는 이제 막 학부모가 된 참이다. 손 잡은 아이를 대견스런 얼굴로 내려보며 홍조에 젖은 설렘이 가득한 젊은 엄마 아빠도 똑같이 새 세상을 여는 날. 더욱 멋지고 훌륭한 부모가 되길.
그들 옆을 지니며 나도 모르게 “귀여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새 세상을 시작하는 날
흰 눈이 펑펑 축복처럼 내린다.
내리는 눈도,
입학식을 마치고 오는 일학년도
너무 예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새 세상을 배우기 시작하는
일 학년에게 축하를 보낸다.
건강하고 지혜롭게 잘 자라길.
새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어
세상은 곱게 변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