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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미소

봄 풀꽃들

by 오설자

봄이 한창인 들에는 작은 얼굴들이 반짝인다.

땅에 붙어사는 것들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봄까치꽃


방금 잠에서 깨 반짝반짝 눈을 뜨고

환하게 웃고 있는 봄까치꽃

원래 이름은 큰개불알풀이지만 이해인 시인이

봄까치꽃이란 예쁜 이름으로 불러준 꽃

꽃말처럼 “기쁜 소식” 있어요,

여기저기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나도 있어요, 꽃마리


가까이 보아야 꽃잎이 보이는 작은 풀꽃도 반짝인다.

이름도 귀여운 꽃마리

들여다보면 소곤소곤 속삭이는 것만 같다.




냉이꽃도 지천이다.

저리 많은 냉이가 자라고 있었구나.

땅에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냉이가

하얗게 핀 꽃들이 햇살에 빛난다.

불어오는 바람에 냉이꽃 무리가 살살 흔들릴 때

눈물 나게 사랑스럽다.




냉이는 냉인데 우람한 냉이다. 잘 자란 건가?

아니다. 다른 풀이다.

말냉이다.


말냉이, 어쩐지 크더라!



제비꽃도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흰제비꽃도 있다.



제비꽃을 닮은 종지나물도 무리 지어 있고


종지나물
명자꽃이 떨어진 곳에 소복이 핀 종지나물



애기똥풀
갈퀴덩굴


사랑스러운 봄맞이꽃


귀여운 꽃다지


여기저기 다정한 풀꽃들이 피어 있다.

물가에는 긴병꽃풀도 무성하다.


긴병꽃풀


돌려나기 잎이 예쁜 보랏빛 꽃도 보인다.

광대나물이라니 이름은 이상해도

점이 박힌 토끼귀 같은 꽃무리가 다정하다.


보라꽃이 귀여운 광대나물



촉촉한 땅에 무성하게 자라는 풀도 있지만

돌 틈에, 다리 위에, 시멘트 벽 사이에

위태롭게 자라난 풀꽃도 있다.

떨어질 것도 무서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살아낸다.

어디서든 살민 살아진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이런 곳에 핀 제비꽃



이름도 예쁜

꽃마리, 꽃다지, 봄맞이꽃, 제비꽃, 봄까치꽃…

몸은 작아 눈에 확 띄진 않지만

보고 있으면 큰마음을 안겨준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편안해진다.


오래 보아야 애정이 생긴다더니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늘도 잘 살아간다고, 잘 살아가라고 말을 걸어온다.

고개를 숙이고 가까이 들여다보아야

환한 얼굴로 대답하는 것은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

끊임없이

나를 낮추라는 작은 목소리인지도 모른다.


봄이 선사한 작은 미소들로

한없이 맑아진 하루다.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조팝나무꽃을 보면 그냥 몽글몽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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