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로 살아가는 F
지난주에는 날씨가 계속해서
춥더니 예보대로 눈이 내렸다.
작은 아이는 신이 나서
눈오리를 만들러 아파트
놀이터로 내려갔다.
반면 나는
눈이 오면 운전 걱정부터 되는
엄마가 되어버려
슬프게도 눈이 낭만적이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금토일 주말 3일은
강원도에 있는 스키장에 가기로
예약이 되어 있어 혹시
눈이 많이 오면 가는 길이
나쁠까 걱정부터 되었다.
다행히 눈이 더 오지는 않았지만
강원도 날씨는 살벌했다.
영하 19도라니...
날씨가 걱정되어 투덜대니
작은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는 너무 T야."라고.
나보고 너무 낭만이 없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엄마도 눈이 오면 설레던
낭만의 시절이 있었단다 아가.
너도 10년쯤, 아니 어쩌면
그보다 일찍 그런 낭만을 맛볼 테지.
아직은 네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시절이 엄마에게도 있었지.
그렇게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 해 소복한 첫눈이 내렸고
그는 늦은 밤 우리 집 앞에 와
나를 불러냈다.
함께 눈을 밟자며.
둘이 함께 걷는 발자국을
그 새벽 그렇게 한가득 만들었다.
집 앞에도, 내 마음에도.
아이는 스키를 타고 내려와
스키를 나에게 맡기고
친구들과 쫑알대며
카페테리아로 갔다.
나는 아이가 남겨 놓은
스키 장비를 옮겼다.
그런데 문뜩 떠올랐다.
뽀득뽀득 밟히는 눈소리와 함께.
함께 스키를 타며
넘어지고 잡아주었던,
4명이서 타야 하는
리프트를 둘만 타고 싶어
눈치를 살피던,
추위를 녹이며
커피 한잔을
나누어 마시던 그때가.
나도 어릴 땐 엄마가
여자였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는 그냥 내 엄마였으니까.
아마 내 딸도 엄마가 되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F로만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어쩌다 보니 T가 되어 있다는 것을.
추신:
저는 누구나 F의 감성을 가득 안고
20대를 보낸다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마음만은 모두
그렇게 F를 가득 머금고 있다고도
믿고 있죠.
저의 두 번째 20대는
T인척 하며 살아가는
F의 삶인 것 같아요.
어쩌면 저의 엄마도
그러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제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F의 삶을 한가득 살고 있는
나의 아가야.
그 감성을 오랜 시간
기억하고 간직하려무나."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