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상큼한 오렌지일까?

최문자 <오렌지에게>

by irudat



안녕하세요?

20년간 사람과 삶을 공부하며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소설가

이루다 T입니다 :)


오늘은 최문자 시인의 <오렌지에게>라는

시를 소개하고 사랑에 대한 저의 생각을

남겨볼게요!


이 시를 만난 건 도서관에서인데요.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서 시를 소개하기 위해

시를 붙여 놓았더라고요.

그곳에서 시를 만나고 혼자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을 오렌지에 비유하다니

어떤 내용일까 기대가 되신다면

저랑 함께 시작해 보시죠!




오렌지에게

-최문자


사랑할 때는 서로 오렌지이고 싶지

먼 곳에서 익고 있는

어금니가 새파란


이미 사랑이 끝난 자들은

저것이 사랑인가 묻는다

슬픈 모양으로 생긴 위험하게 생긴 내린 비가 부족해서 파랗게 죽을지도 모르는 저것

사랑하기에 좋도록 둥근, 바람에 대해 쓰러지기 좋은 죽기에도 좋은 저것


우리는 쓰러지기도 전에 겁이 나서


오렌지는 너무나 굳게 오렌지를 쥐고

나는 어디에도 없는 나를 쥐고


짐승처럼 나빠지고 싶은 오 두려운 여름, 저것으로 빚어지는 둥그런 항아리 같은 저것


저것의 안을 깨뜨리며

죽었던 여름이 우리는 지나갔다




사랑할 때는 서로 오렌지이고 싶다


첫 시행이 참 상큼하죠?

사랑할 때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달콤하고 새콤했던 것이 그때를 떠올려보니

오렌지였던 것 같아요 저의 사랑도.

그리고 오렌지가 되고 싶었던 것도 같아요.

사랑하는 상대에게 식상하지 않은 존재이고 싶었죠.


하지만 오렌지도 사랑도 영원할 수는 없죠.

물론 이 세상에 어떠한 것도 영원한 것은 없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바뀌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미 사랑이 끝난 자들은
저것이 사랑인가 묻는다


사랑이 끝나고 나면

내가 한 것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만약 미움만 남아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짐승처럼 나빠지고 싶은 오 두려운 여름'이 될지도요.

그리고 사랑의 시간이 '거짓으로 빚어지는 둥그런 항아리 같은 저것'

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지기도 할 거예요.


돌이켜보니 저 역시 헤어지고 나서 다양한 감정으로

제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생각이 변했던 기억이 있어요.

미워지기도 했고, 다시 그리워지기도 했고,

또다시 그 시간과 상대가 저주스럽기도 했고,

내가 어쩌다 저런 사랑을 했는지

스스로가 의심스럽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랑이 고통으로 변한 시간을

'나빠지고 싶은'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그 고통의 순간 역시 순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그 고통 또한 영원하지 않아요.



죽었던 여름이 우리를 지나갔다.


그러니 뜨거웠던 여름은 그렇게 죽어버리며

우리의 시간을 지나가죠. 그렇지만

지나갔기에, 그 시간이 있었기에

사랑에 대해 또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미워하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지나

또다시 사랑에 목마를지도 모르겠어요.


가수 유미의 노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의 가사처럼

"난 사랑에 목이 마르겠지요" 인지도요.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고,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도,

사랑의 방식도 다 다르기 때문에

"사랑"은 인간에게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숙제 같은 것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사랑은 오렌지에서 또 다른 무엇으로

변화하는 것일 수 있어요.

오렌지 과일만이 사랑의 전부는 아닐 수 있죠.

오렌지가 상하지 않고 영원히 상큼하게 남아 있을 순 없지만

오렌지가 청이 되기도 하고,

오렌지가 차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

너무 아파하지만은 않길요!



추신:


저도 예전에는 사랑이 오렌지 같다고만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았죠.

하지만 변하는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과연 아름답기만 할 것인가를

도리어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렌지가 그 자체로 맛있지만, 오렌지차도 오렌지청도

나름의 맛이 있으니까요.

사랑은 정말 오렌지일까?라는 질문에 저는 Yes를 답할 테지만

영원히 오렌지일 수는 없다는 전제를 달고 싶어 지네요.


햇살이 따스한 오늘 창가에 앉아

상큼한 오렌지를 상상하며

이상 이루다 T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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