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존재는 가볍고 그 끝은 잔혹하다
안녕하세요?
20년간 사람과 삶을 공부하며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소설가
이루다 T입니다 :)
제가 이 영화를 본 지도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불현듯 며칠 전 다시 이 영화를 보았는데요.
20년 전과는 다른 울림이 있어
노트북을 펼쳤어요.
사랑, 참 쉽죠? 남녀 간의 만남이란 것이.
그런데 이것만큼 어려운 문제가 또 있을까 싶어요.
고인이 된 장진영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한데, 그 젊은 시기에 어쩜
그렇게 무게가 있는 연기를 잘 한 건지
굉장히 감탄하면서 봤네요.
김승우 배우도 다시 보게 되었고요.
(고인의 명복을 다시금 비는 의미에서
장진영 배우 이름을 먼저 언급했네요)
그럼 그들의 참을 수 없는 그 연애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아요.
줄거리
여주 연아(장진영 배우)는 룸살롱에서 일하는 업소 아가씨예요.
연아는 평소 드나들던 식당의 아들로 나오는 남주 영운(김승우 배우)에게
먼저 다가가 연애를 겁니다. 아주 화끈한 여자죠.
영운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지만
연아와 불타는 연애를 시작합니다.
그들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죠. 하지만 연아는 영운이 숨길 수밖에 없는
연인입니다. 특히 어머니에게요.
그러다 룸살롱 전무와 영운의 싸움 소식을 듣고 연아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가 칼까지 빼들죠.
사랑하는 남자를 대신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영운의 엄마는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영운의 여자친구와 일방적으로 영운의 결혼식을 잡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영운과 연아는 서로를 놓지 못하죠.
그러다 영운의 부인도 둘 사이를 알게 되고
연아는 영운을 떠나 살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하지만 영운은 다시 연아가 떠난 곳을 찾아
연아를 쫓아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운은 술집 앞에서
술에 취해 괴로워하는 연아를 찾아오면서
둘은 또다시 재회합니다.
사랑의 시작에서 연애
연아가 말합니다.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
당돌하고 화끈한 연아에게 영운은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시는 것으로
그녀의 말에 yes를 대답합니다.
연애, 그 시작은 참 가벼워요.
그들이 서로에게 꽃이 되기까지
10분도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둘은 참 닮아 있어요.
쉽게 기분 나쁜 감정을 드러내다가
또 금세 진한 애정을 표현하거든요.
그만큼 진솔하고 진실되기도 하죠.
자신을 모두 드러내 발가벗은
그 모습 그대로를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을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아요.
특히 연아는 사랑 앞에 남자를 애타게 하거나
밀고 당기는 스킬을 구사하지 않아요.
자신을 정말 그대로 다 열어버리죠.
어쩌면 그 모습에 영운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그들은 4년을 만납니다.
그러니 영운은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로
연아와 만남을 4년간 이어가는
이중생활을 한 것이죠.
사랑 끝에서 연애
사랑의 마지막도 시작만큼 쉽다면
수많은 이별 스토리와 노래는 존재하지 않겠지요?
사랑에서 마지막은 그 질척거림이 극에 달하죠.
미칠 것처럼 밉다가 미칠 듯이 보고 싶어지고,
끊어내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지만
끊어내면 또다시 죽을 것 같은 이 감정,
겪어보지 않고서는 표현할 수 없을 테니까요.
연아는 영운을 떠나 살고 싶어
모든 것을 버리고 영운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를 버리고 도망간 곳에서도
연아는 괴로움 속을 헤매죠.
룸살롱에서 일을 하다 소리를 지르고
이기지 못할 술을 마시며 자신을 학대하죠.
그리고 그때 또다시 영운이 찾아옵니다.
영화는 그렇게 눈물이 범벅이 된 그 둘이
재회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이들이 오랜 시간
이렇게 서로를 끊어내지 못한 채
서로를 버리고 찾아오길 반복할 거란 걸
쉽게 상상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것은 결국 견딜 수 없는 연애의 끝에 남은 잔혹함을
시작과는 다른 마지막이 가지는 그 엄청난 무게를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 될 테고요.
책임질 수 없는 친절은 잔혹한 폭력이 된다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기도,
또 사람을 죽게 하기도 하는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집니다.
누군가는 평생 그 사랑을 잊지 못해
죽는 순간까지 그리워하며 삶을 마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사랑으로 평생 살아낼 힘을 얻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쉽게, 던지듯 가볍게
"그냥 만나봐" 혹은
"연애만 하면 되지" 같은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사랑을 시작하기 앞서서 우리는
좀 더 많은 것을 자문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그냥", "한번"과 같은 말들은 사랑의 존재를 표현하기엔
지나치게 가볍기 짝이 없어요.
책임질 수 없는 사랑의 친절은
어쩌면 폭력보다 더 가혹하니까요.
시작에 있어 신중하게 무게를 더하고
헤어짐에 있어 무게를 덜어내는 것이
상대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옳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랑이 가지는 속성의 본질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존재는 가볍고 그 끝은 잔혹한.
사족
오랜 시간 사랑에 끌려다녔던 적이 있어요.
이별을 선택했지만
또 서로를 그리워하며 만나길 반복하는
질척거리는 시간을 보내면서요.
긴 시간 그 터널을 통과해 나오면서
제가 깨달은 게 있다면
서로를 길들였다면
그 사랑에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저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끈질기게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저 역시 어렸던 거죠.
하지만 이번에 다시 보면서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어요.
사람 중독만큼 무서운 것이 없으니,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쉽게 생각하지 않아야겠다고요.
이별까지 아름다운 사랑이 될 수 있게요.
사랑에 아파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위로가 되었길 바랍니다.
이상 이루다 t였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