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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Nov 09. 2023

가족에게 전하는 ‘아이 씨떼루(あいしてる)’

엄마랑 누나, 그리고 조카들을 데리고 가는 첫 해외여행은 12월 연말 일본으로 정하게 됐다. 나는 과거에 회사 출장으로 한번, 여행으로 한번 갔으니 벌써 세번째 가보는 단골 나라로 등극이 된 셈이다.


정치와 역사적으로는 늘 대척점에 서있는 나라지만,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참 따스하게 다가온다. 현지에 갈 때마다 일본 민족 특유의 친절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리고 여러 만남에서도 한결같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연찮게 도쿄의 한 학회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던 재일교포를 만나 그 친구의 집에서 하루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기억도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전세계의 수많은 나라를 다니며 가족과 함께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참 의미있게 다가온다. 사는게 남루해 해외에 가리라곤 생각조차 못하고 살아온 가족들이 벌써부터 들떠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미안함과 함께 괜시리 뭉클해진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조카들의 첫 시작을 함께 할 수 있어 그 또한 나에겐 기쁨으로 다가온다.


하루는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뛰어놀며, 또다른 하루는 도쿄 타워와 신주쿠 거리를 거닐며, 그리고 노을이 지는 어떤 하루의 저녁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일본 라멘 가게에서 사케 한잔을 나눠마시며 가족들과 하루를 마무리 하는거다.


‘부재(不在)의 반추(Reflecting Absence)‘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게, 이번 여행 후엔 내가 없더라도 우리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날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어찌됐건, 불혹 이후 늘 혼자인 나에게도 여전히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아리가또 고자이마쓰(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다. '아이 씨떼루(あいしてる)'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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