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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Dec 31. 2023

세밑에서, 마음을 담아

오늘은 엄마가 해의 마지막 날 아들래미 생일을 혼자 보내게 둘 수 없다며 연차까지 내고 와서 아침을 같이 했네요. 세상에 홀로 우두커니 기근하고 있는 저에게, 우리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 올해도 아무 말 없이 제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가 수년전부터 엄마 몰래 쓰고 있는 책이 하나 있는데요, 이 책은 아마 저희 엄마는 살아생전 볼 수 없을거에요. <엄마 없는 하늘 아래>라는 제목으로 엄마와 이별하는 날 엄마 영전에 같이 묻을 예정이거든요. 엄마가 혹시 한이 남아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영혼이 되어 떠돌때 심심할까봐요,,(하하;;)


홀로 고립되어 지낸 올해도 어줍잖은 부순물들만 가득 지닌채 이렇게 흘겨 보냅니다.


한 해 동안 제가 운영하는 가게들,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과 책들에 관심 가져 주셔서 다시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특히나 정성을 들여 보내주신 편지, 메세지, 선물들도 오랜 시간 잘 간직하겠습니다. 오늘도 생일이라고 여러 쿠폰과 선물들을 보내주셨는데, 외로움과 곤궁의 시간이 길어서인지 유난히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올해 세밑은 온 국민이 사랑했던 배우 이선균 씨의 죽음으로 갈음하게 됐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인생 드라마로 여기는 <나의 아저씨>에서 여주인공으로 분한 아이유의 극중 이름을 기억하실 거에요. ’지안‘이란 이름인데요. 한자어로 풀어쓰면 아마 ’이를 지(至)‘에 ’편안할 안(安)‘으로 해석 될 텐데, 마지막 장면에서 이선균은 아이유에게 이런 대사를 건넵니다. ’지안, 이제 편안함에 이르렀나‘ 하면서 말이죠.


언제나 보잘 것 없는 저의 삶 틈으로 드리우는 작은 빛을 생각합니다. 작은 빛이지만 내년에도 빛나고 있을 그 빛 곁에서 저도 편안함에 이르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외로워도 괜찮습니다. 저는 이제 정말 괜찮습니다.


올 한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브런치 독자분들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눈꽃 흩날리는 월영교에서,

마음을 담아.


임기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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