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기헌 Feb 23. 2024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어제 한 언론사에 의료 파동 관련해 외부 필진 자격으로 기고글을 하나 보냈더랬다. 그런데 내부 편집 방향과 상이했는지, 결국 지면에 실리지는 못했다. 담당 편집장께서는 정부 비판 목소리를 내려 의사 입장에 조금더 무게를 실으려 했는데, 나는 그 반대의 톤으로 글을 다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조금 의아하긴 했다. 나는 이제 소속된 기자도 아닌 자유인인데, 내가 해당 언론사의 성향까지 이해해야 되는지 말이다.


그래도 이미 쓴 글이 사장되는게 아까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간단히 추려서 업로드를 했다. 인스타에는 맛있는 음식이나 본인 일상을 뽐내는 사진을 올리는게 마땅한데, 나 같은 사람은 매번 재미없는 글이나 올리고 있으니 인기가 없는 이유를 나도 잘 알 수 있을것 같다.


각설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더니 현직 의사 분들의 댓글이 달렸더랬다. 조목조목 반박을 해주시는 분도 계셨고, 긴 안목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계신 의사 선생님도 계셨다.


무엇보다 반가운 마음이 컸다. 보통 SNS에서는 ”(무턱대고)너무 예뻐요!!“, ”나는 골린이ㅠㅠ“, ”우리 안본지 백만년!!“ 등 현실 언어와는 어우러지지 않는 민망한 댓글들이 주를 이루는데, 의사분들과 댓글로써 토론을 할 수 있다는게 생경하게 다가왔다.


나는 토론을 참 좋아한다. 대학에서도 그랬고, 특히나 대부분의 수업이 토론으로 이뤄졌던 유학 시절과 회의가 업무의 주를 이뤘던 언론사 시절도 매한가지였다. 과거 공중파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에서 국회의원 분들과 설전을 벌였던 일은 아직도 가슴을 출렁이게 만든다. 그땐 무슨 베짱이였는지.


어제 댓글과 씨름하며 현직에 계신 의사선생님들의 말씀을 곱씹어보면, 어떤 한 가지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토록 판이 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느끼게 됐다. 물컵에 물이 반이 차있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물이 반이나 차있네!‘하며 감격하는 반면, 또다른 누군가는 ’물이 반밖에 없네‘하며 실망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간극은 토론으로 메꿀 수 있을터인데, 우리 사회는 아직 토론에 익숙치가 않다. 내 말을 듣지 않거나 생각이 다른 상대는 찍어누르거나 좌표를 찍어 적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 상대가 나락으로 떨어질때까지 저주를 퍼붓는다. 이젠 엔터테인먼트의 한 요소가 된 마냥 이 상황을 즐기며 목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혐오의 시대가 됐다. 남녀간에, 선생님과 학부모간에, 종교간에, 인종간에, 지역간에, 세대간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서로를 혐오한다.


가수 아이유는 이번에 발매한 신곡 <love wins all>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적의와 무관심으로 점점 더 추워지는 잿빛의 세상이며 대혐오의 시대‘. 그리고 이를 사랑으로 이겨내자고 제안했다. 약관 서른의 나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유에게서 한 수 잘 배우게 된 셈이다.


혐오와 갈등,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 토론도 마찬가지다. 해답을 찾자고 하는 것들이 아니다. 그 과정 중에서 우리는 진화를 거듭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귀기울이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유의 말처럼,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는 건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였다.

작가의 이전글 히포크라테스의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