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를 처음 접한 건 학창시절 때 번역 공부를 한답시고 집어든 영문 번역본이였다. 당시에 내용은 커녕, 스페인어와 영어가 뒤죽박죽이 되어 있던 터라 이해는 1도 하지 못한 채 책을 덮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맨오브라만차>라는 뮤지컬을 관람하게 되면서 다시한번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었다.
세르반테스가 감옥에서 쓴 소설 <돈키호테>는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책이 두꺼워서 전편을 모두 읽은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1990년대에 TV에서 방영 된 만화 돈키호테가 더 익숙할 지도 모르겠다. 대강 돈키호테와 산초가 여정을 떠나면서 적들을 처부수는 내용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흘렀고, 나는 오늘 서점으로 가 한국어로 번역 된 돈키호테 1권과 2권 전편을 구입했다. 들고 읽기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책이 두껍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소설이라는 수식어와 묘하게 어우러지는 외형이기도 하다.
첫 장을 펴고 목록을 보며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우리에게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상상해 본다. 등장인물만 하더라도 600여명이 넘어가는 이 방대한 소설 속에서 세르반테스는 결국 '불가능한 꿈을 꾸라'며 기사도 정신을 일깨워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종교재판을 받는 억압 속에서도, 정치적 탄압과 말살 가운데에서도, 정신이 혼미해 진 상태에서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싸우며 만신창이가 된 가운데에서도 그는 불가능한 꿈을 계속 꾸게 된다. 그리고 ‘미쳐서 살았고 제정신으로 죽었다’라는 유언을 남긴 채 저 먼 하늘의 별에 닿게 된다.
43번째 맞이하는 봄의 경계에서, 나는 돈키호테와 산초 틈에 끼여 먼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추앙하며 첫 페이지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