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게를 밤 9시쯤 마감한 뒤 배민 라이더 부업을 하고 있는데요. 한달 정도 된거 같아요. 제가 몇달전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심하게 다쳐서 운동을 자주 못하는 바람에 운동삼아 시작하게 됐는데요, 고층 아파트 배달도 웬만하면 엘레베이터를 타지않고 걸어서 왔다갔다하니 제법 땀도 나고 운동도 되네요. 그렇게 2~3시간 정도 하면 하루에 4~5만원 정도 벌이를 하는거 같아요. 한달이면 부업치고 금액이 꽤 되죠?
그런데 제가 지금 음식 장사를 하면서 배달 하시는 분들의 입장을 이번에 피부로 처음 느껴보게 됐는데요. 음식업을 하시는 사장님들부터 비롯해, 음식을 배달시켜 드시는 고객분들까지, 배달하시는 분들을 하대하는게 고착화 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됐어요.
가게 사장님들은 배달이 늦어질까봐 다그치는 경우가 여사구요, 배달을 받으시는 손님분들 대부분은 비대면이긴 하지만, 가끔씩 대면하시는 분들은 뭔가가 불만에 가득차 계시고, 표독스러운 얼굴을 많이 하고 계시는거 같았어요. '고맙다'는 그 흔한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봐요.
몇일전엔 안동의 한 종합병원에 치킨 배달을 가게 됐어요. 요청사항에는 근처에 와서 전화하면 나오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전화를 했죠. 그런데 손님분께서 지금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방금 불을 붙혀서 바로 나가기가 뭣하니 미로 처럼 어지러운 공간을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면서 전화로 계속 알려주시는 거에요. 그리고 거기가면 바구니가 있으니 거기에 두라면서요. 저는 얘기했죠. 제가 배달이 많이 밀려 있어서 그런데, 담배 잠깐 끄시고 그냥 잠깐 나와주시면 안될까요? 하면서 말이죠. 그러더니 대답도 안하시고 끊으시는 거에요. 다시 전화를 했더니 받지도 않으시구요. 그러고 3분인가 뒤에 의사 가운을 걸친 분이 나오시데요?
"치킨이에요?"
"네"
그리고 치킨을 낚아채더니 '휙~' 하고 가시더군요.
뭐랄까요. 갑자기 이단 옆차기 생각이 났어요. 학창시절 처럼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도 경우에 따라 용서가 되는, 그 시절이 문득 생각이 나더라구요.
저는 저녁에 잠시 잠깐 배달업을 경험할 뿐인데도 이런 상황들을 심심치 않게 겪게 되는데, 하루 온종일 배달일을 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고충이 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할 때, 증권 경제부 소속으로 있을 때 였어요. 국제 포럼 준비로 변호사 분들과 협업 할게 많았죠. 그래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배달음식도 종종 시켜 먹었는데요. 당시 함께 협업을 했던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 변호사 분들도 배달 기사 분들이 오면 "아이고 고생하십니다, 잘 먹을게요." 하며 다정한 말을 건네는게 인상적이였던 기억이 있어요.
우린 서로 직업이 다를 뿐이지, 그 분들이 하찮은 대접을 받을 이유는 하등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뭐가 그렇게 어려울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분꽃 아래 누워 한량의 삶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