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께 다늦게 찾아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이났다. 우리네 인생과 너무도 가까이 맞닿아 있었고, 작가는 옴니버스 식 단편 이야기들을 '연결'이라는 끈으로 묶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소외된 이웃도 등한시 하지 않았다. 다운증후군 배우와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농아인 배우를 투입시켜 극과 현실의 괴리를 최대한 압축시켜 리얼리티를 더해 주었다.
대중이 질타 할 법도 한 미성년의 임신 이야기를 절절한 가족애를 곁들여 눈물샘을 자극 하기도 했다. 더불어 중년이 된 친구들 간의 이야기, 벼랑 끝에 서서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등을 잊고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설파라도 하듯, 따뜻한 온기로 관통 시켰다.
"행복은 마주보고 서로 '히히' 웃는거야"라고 했던 푸릉 마을의 예쁜 손녀 아이의 말, 그리고 죽음을 앞둔 어멍(어머니)을 위해 눈쌓인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어멍, 눈 말고 이 다음에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우리 다시 오자, 꼭"이라는 말을 남기며 그토록 미워했던 어멍의 죽음을 맞이하는 아들의 모습.
그 기저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라는 연결고리가 존재했다. 마을 최고 어른의 죽음 소식을 듣고 모두가 한달음에 달려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며 이웃이 누군지도 모른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반성케 만든다.
쓸모의 유무에 따라 관계의 농도가 달라지는, 지금의 시대는 그렇게 변질되고 말았다. 내 삶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락의 블랙홀로 빨려든 이유도 시장통에서 작은 가게나 하고 있으니 그 쓸모를 다 한지 오래기 때문일거다.
그래도 괜찮다. 단 한 사람, 우리 엄마에게 만큼은 아직 쓸모있는 한 사람일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 같은 것 때문이다. 나 조차도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는 이즈음, 가급적 엄마와 많은 곳을 거닐며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물어보고 싶다. 엄마는 당신의 엄마와 아빠가 안보고 싶은지, 엄마는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또 내 엄마가 하고 싶은지, 따위의 것들이다.
지난 주말 ‘대서사’와도 같았던 멋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같이 호흡하며, 지난한 내 하루에 큰 선물을 받은듯한 기분이 든다. 낯선 선물이 반갑다.